변평섭 본사 회장

C군!

최근 12·19 대통령선거를 치르고 나서 나이 먹은 세대, 소위 5060세대(50대와 60대)의 주눅들린 것 같은 모습이 왠지 성공한 아들을 만나러 간 시골 농부의 모습을 연상시키네. 일하느라 까맣게 탄 얼굴, 유행에 뒤진 촌스런 옷 그런 몰골로 현대식 빌딩에서 컴퓨터를 두드리며 일하는 아들 앞에 섰을 때, 그런데 그 아들이 초라한 아버지를 부끄러워하며 서둘러 밖으로 내몰린 농부 같은 심정 말일세.

C군은 어머니에 대해 내게 말했었지. 어머니께서 60년대 결혼 전 독일에 간호사로 파견됐었다고. 그 무렵 간호사뿐 아니라 탄광 광부로도 우리 나라 젊은이들이 독일에 많이 파견돼 부족한 외화벌이에 나섰었고, 독일에서 차관을 끌어들일수 있었지. 그 무렵 박정희 대통령부부가 독일을 방문했을 때 우리 광부와 간호사들을 불러 다과회를 가졌는데 그들이 낯선 이국땅에서 겪는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며 아리랑을 부르다 모두 울음바다를 이루고 말았었다네. 그 간호사, 그 광부들이 지금은 60대를 넘기고 있지. 거기에는 자네의 어머니도 포함돼 있네. 어머니의 그런 가슴저린 땀방울로 우리 나라는 경제발전을 이루었고 그 '아날로그'세대로 하여 오늘의 '디지털'시대를 도래시켰네.

5060세대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6·25 전선에서 젊음을 보낸 사람도 있네. 정말 이들이 나라를 지켜 줬기에 우리는 북한 주민들처럼 김정일 부자를 섬기지 않아도 되고 식량배급을 타서 살아가는 신세도 면한 것이 아닌가.

5060세대에는 월남전에 참전했다 고엽제로 고생하는 사람도 있고, 중동지역에 근로자로 나가 손바닥이 바위처럼 거칠어진 사람들도 많네.

그렇게 해서 우리는 경제건설을 이루었고, 그 결과 우리 나라의 GDP(국내총생산)는 세계 12위, 수출은 1500억불이 넘어 세계 13위, 자동차 생산 5위, 선박 건조 세계 2위(한때는 1위), 전자제품 생산액 세계 3위, 인터넷 사용자수 세계 5위, 반도체 생산은 세계시장을 좌우하는 나라가 됐네. 물론 지역주의·부패 등등 5060세대의 부정적 요소들도 많고 고착화된 패러다임도 솔직히 시인하네. 그러나 부정적인 면만 보지 말고 이들이 쌓은 국력도 보게. 그 국력이 밑바탕이 되어 88서울 올림픽도 치렀고, 지난해 2002 월드컵도 유치해 '붉은 악마'도 탄생한 것이 아닐까?

그런데 역동적이고 발랄한 인터넷 세대, 디지털세대를 가져온 5060세대가 뒷전으로 밀리는 것 같은 요즘의 사회분위기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386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하네.

그러나 C군! 5·16을 일으켰을 때 JP의 나이는 36세였고, 소위 주체세력인 육사 8기생들도 JP와 비슷한 청년 장교들이었지. 그들이 '구악을 일소 하겠다'며 혁명적 조치들을 단행했을 때 국민들의 박수도 많이 받았지만 주체세력간 분열과 이권개입 등으로 '구악'대신 '신악'이 등장하기도 했었네.

이렇듯 정치는 젊음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고 연륜이란 것도 필요한 것이네. 특히 우리의 5060세대가 갖고 있는 산업화를 이룬 값진 경륜을 필요로 할 것이야. 아름다운 산은 싱싱한 숲도 있어야 하지만 노송(老松)과 거목(巨木)도 있어야 더욱 아름다운 법이지.

따라서 386세대와 5060세대가 조화를 이루어 간다면 우리 사회, 우리 정치도 역사적인 개혁을 이루리라 믿네. 인터넷으로 장관 추천도 할 줄 모르고 정책 제안도 못하는 5060세대지만 그 세대의 소리, 그 세대의 생각 속에는 보석같이 값진 것도 있거든. 개혁은 혁명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특별히 하는 말일세. C군! 건승을 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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