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획취재 충남 도시농업 희망품다]
4'배추 파동'으로 본격화한 한국의 도시농업

▲ 서울 기둥형 도시농업 사례. 이주민 기자

도시와 농업. 단어만 들으면 물과 기름인 것처럼 상극인 관계인 것으로 보인다.

얼핏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는 이제 도시농업이란 합성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친근한 사이로 발전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도시농업을 위해 엄청난 예산을 쏟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이제 막 걸음마를 띤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도농복합도시인 충남에서는 아직 그 중요성을 인지하지는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미 우리나라 수도권 도시농업은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상추나 토마토 같은 채소를 기르는 수준을 넘어 계란과 고기에 꿀까지 생산하는 만물농업으로 변하고 있다.

◆세계 도시농업 전문가가 말하는 도시농업

최근 서울에서 건강한 먹거리와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한 해답을 찾는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세계 8개국 도시농부들이 정보와 고민을 나누는 소통의 장이 마련됐다. 아쉽게도 이 콘퍼런스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날 이들이 주장한 자료만으로도 우리나라의 도시농업 발전 방향을 제시하기에는 충분했다.

안철환 도시농업시민협의회 상임대표는 자료를 통해 “도시농업은 일종의 에어포켓"이라며 "텃밭이야말로 역동적인 생태공간과 공동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제니퍼 코크럴킹 푸드저널리스트는 ‘푸드 앤 더 시티’ 자신의 저서를 통해 “식료품 소비가 대형마트의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현실은 산업형 농업의 단면을 보여준다”며 “소수 지역에서 대규모로 식량을 생산해 다른 지역으로 운송하는 것을 우리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러한 식량 체계는 지속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도시농업은 전 세계적 움직임"이라며 "도시농업을 통해 지역사회와 공동체가 탄생하고 기아 문제가 해소되며, 짧은 식량 사슬이 형성돼 안전한 식량 체계를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의 사례도 놀랍다.

런던은 산업화가 최초로 이루어진 도시이면서 대표적인 녹색 도시이기도 하다. 도시농업을 정책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활발한 시민참여가 있기 때문이다.

코크럴킹은 저서를 통해 대표적 도시농업국가인 쿠바를 소개했다. 1990년대 초반 경제 대란을 겪은 쿠바 시민들은 1년 만에 평균 15㎏의 체중이 감소했을 정도로 큰 식량 위기를 겪었다고 한다.

해외 교역이 중단되면서 쿠바인들은 어쩔 수 없이 직접 먹을 것을 경작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이것이 쿠바 도시농업의 시작이었다. 쿠바에는 도심 곳곳에 협동조합이 있으며,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식료품점이 동네 곳곳에 있다.

런던의 도시농부 마크 스미스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불과 5㎡의 주택 베란다에서 83㎏의 신선한 식품을 생산한다”고 말했다.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유휴지를 이용한 임시텃밭도 활발하다. 2012년 런던올림픽 공사를 앞둔 황량한 땅에 이동 가능한 상자를 이용해 텃밭을 조성했다. 도시경관도 살리고 '노는 땅'도 줄이는 좋은 아이디어였다.

미국 시카고에서도 탈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버려진 공장과 땅에 농장이 들어섰다. 산업시설을 녹색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공장 건물을 개조한 한 농장에서는 물고기와 수경작물을 함께 키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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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의 옥상텃밭 사례. 이주민 기자

◆'배추 파동'으로 본격화한 서울 도시농업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대한민국은 현재 세계 경제 11대 국가로 성장했다. 단기간 내에 가파르게 상승한 대한민국에는 상처도 많았다. 바로 압축성장과 빠른 산업화에 의한 문제를 낳았다. 가장 큰 문제는 도시화다. 한국 인구의 절반이 서울에 집중돼있다. 마구잡이식 난개발도 문제다. 현재 서울 면적의 91.9%는 이미 개발됐거나 개발 중이다.

사실상 수도권 지도에 녹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별로 없다. 급격한 도시화와 개발 위주의 삶은 국민에게 악영향을 끼치기 충분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삶의 만족도도 36개국 중 26위로 하위권에 머물러있다. 기대수명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모르는 것이다. 주요 농업 대학교수들은 대안적 삶의 모습으로 도시 텃밭 가꾸기를 이구동성으로 제시했다.

시간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배춧값이 폭등하면서 김치가 ‘금치’가 된 적이 있다. 배춧값이 비싸다 보니 직접 키워서 먹자는 움직임이었는데, 이것이 우리나라의 도시농업이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였다. 배추 파동을 겪으면서 수도권에서도 도시농업의 중요성으로 주목받았다.

시민들이 직접 배추를 심어 재배하는 풍토가 확산한다면 갑자기 파동이 발생해도 완충 구실을 할 수 있다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후 서울시는 상자 텃밭을 만들어 보급하고 유휴지에 텃밭을 조성해 도시농업 교육을 진행했다. 지난해 3월 13일 서울시는 도시농업을 법제화했고 공원 안에서도 작물 재배가 가능하도록 법률적 지원책을 마련했다.


◆냄새나고 지저분할 거라는 선입관

서울시는 지원했다. 농업에 대한 편견이 긍정으로 바뀌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서울시에는 다양한 텃밭이 등장하고 있다. 서울시의 텃밭은 가족, 마을, 학교 등 여러 주체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창동, 강동구 상일동, 마포구 상암동 등에 있는 공동체 텃밭이 주인공이다.

마포구 상암동 공동체 텃밭을 관리하는 김성환 씨는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만든 텃밭이 처음에는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여기저기서 구박을 받았지만, 하고 나니 자연경관이나 모든 면에서 칭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2012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도시농업 원년'을 선포한 뒤 도시 텃밭이 점점 활성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서울시민 4.3%만이 도시농업에 참여하고 있다. 나머지 95.7%는 도시농업에 반대하거나 참여하지 않는다. 조사 결과 반대하는 사람들은 "냄새가 나거나 지저분할 것", "미관상 깔끔하지 못할 것"이라는 등의 답변을 했다.

서울·계룡=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

본 기획취재는 충남도와 '지역언론지원' 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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