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각 마곡사 주지

효도(孝道), 그것은 보살도(菩薩道)입니다. 효도야말로 보살도의 시작이요, 보살도의 중심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부모님을 잊고 살 때가 많습니다. 자식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기꺼이 기도를 하고 희생도 하면서, 부모를 위해서는 기도도 희생도 잘 하지 않습니다.

부모를 잊고, 효와는 거리가 멀게 사고 있는 주변 사람들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어째서 이 시대의 사람들은 모든 행복의 가장 기초가 되는 효를 차츰 잊고 사는 것일까요? 부모가 없이 자신은 존재할 수 없고 부모가 없었다면 자신이 지금처럼 성장하지도 못했을 것입다. 이렇게 우리는 부모님으로부터 크나큰 은혜를 입어 지금 이 자리에 이르게 되었는데도 부모의 고마움을 잊고, 효를 행하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심지관경(心地觀經)에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선지자여, 세사에서 어떤 이가 가장 부자고 어떤 이가 가장 가난한 이인가? 부모님이 계시면 부자라 하고 부모님이 안 계시면 가난하다 하느니라. 아버지가 계시면 한낮에 해가 있음과 같고, 어머니가 계시면 밝은 달이 밤하늘에 있음과 같으며,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해와 달이 사라진 암흑천지와 같느니라. 그러므로 부모님 살아계실 때 부지런히 효도하고 봉양해야 하느니라. 지성으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사람과 정성들여 부모님께 효도하는 사람의 지은 바 복은 조금도 차이가 없으며, 그 과보로 삼세 동안 복을 빌되 다함이 없느니라."

부처님의 말씀처럼 부모님은 우리에게 해와 달이 되어 주십니다. 곧 두려움·어려움·어둠을 물리쳐 주는 빛이요 광명이 바로 우리의 부모님이신 것입니다.

그 은혜로 우리는 세상구경을 할 수 있게 됐으며 그 은덕으로 우리는 이렇게 자라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모르는 이가 과연 누가 있겠습니까. 하늘에 있는 태양과 달의 은혜를 망각하며 살 듯이, 부모의 은혜를 잊고 부모님께 소홀히 대합니다. 때로는 섭섭하게 만들고, 가끔은 마음을 상하게도 합니다.

적어도 우리는 부모를 부모로 대할 줄 알아야 합니다. 부모는 아무리 늙어도 부모입니다. 아무리 힘이 없어도 부모입니다. 죽은 다음에도 부모는 부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부모에 대한 존경심과 공경심을 잃지 않고 부모에게 효도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모는 부모의 자리에 있어야 하고, 자식은 자식의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위에 있는 부모를 자식들이 아래에서 받드는 것. 그것이 효의 출발이요, 보살도의 출발입니다. 비록 부모가 늙고 힘이 없어 자식에게 의지할지언정, 부모의 자리는 언제나 자식의 윗쪽입니다.

부모와 자식이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가정이라야 행복이 쌓일 수 있고 집안이 평안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평이한 말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원리입니다. 원리이기 때문에 바뀌지 않고, 원리에 입각해 살 때 행복과 평안이 깃들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이 존재할 수 있었던 근본, 그 근본인 부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부모에 대한 효를 실천하면서 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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