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획취재 충남 도시농업 희망품다]
일본 아그리스 세이조, 마츠야긴자百 옥상텃밭

▲ 아그리스 세이조 전철이 지나가는 부지 위에 조성된 옥상 텃밭. 이주민 기자

일본의 도시농업의 형태는 한마디로 ‘다양한 노력의 결실’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대규모 부지를 활용한 공원 또는 농원 형태에서 시작됐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부족한 부지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시도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미 성공한 모델도 있지만, 여전히 농업을 향한 일본의 시도는 진행 중이다. 이번 기획 시리즈 2편(일본 도심엔 공원 같은 농장, 농촌엔 시민농원 조성)에서 소개한 행정기관이 직접 관여해 농원과 공원의 틀을 갖춘 도시농업도 있지만, 민간 자체적으로 도시농업 활성화에 나서는 분위기도 확산하고 있다. 일본이 얼마만큼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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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그리스 세이조 전철이 지나가는 부지 위에 조성된 옥상 텃밭. 이주민 기자

◆지하에는 전철, 옥상에는 텃밭

일본 세타가야구 도심에 자리 잡은 아그리스 세이조라는 곳은 이미 우리 귀에 익숙하다. 그만큼 일본의 민간 도시농업의 대표로 우뚝 선 덕분이다. 전철이 지나가는 부지 위에 조성된 텃밭 개념인데, 일반적으로 옥상 텃밭이라고 불리고 있다. 이 텃밭의 시초는 오타큐 전철회사였다.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부지를 활용할 수도 있었지만, 전철회사가 사회 환원 차원에서 콘크리트에 인공텃밭을 조성한 것이다. 농장 관계자에 따르면 이 농장은 2007년 5월 조성됐다. 2009년부터 일반 시민에게 분양을 시작했는데 규모는 5000㎡인데, 점차 늘리고 있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 텃밭이 아닌 인공지반 위의 텃밭인 것이다. 그래서 방수처리가 돼 있고, 그 위에는 인공토양이 필요했다. 2010년부터 민간기업이 위탁을 맡아 회원제 임대를 하기 시작했다. 1년 단위 또는 1개월 단위로 시민 분양을 통해 100% 회원제로만 운용된다.

텃밭 경작을 하고 싶으면 우선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회원 가입 후 마음대로 개인이 가져온 농작물 씨를 뿌릴 수 없다. 병해충 발생을 우려해 아그리스 세이조에서 제공한 종묘를 구입·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아그리스 세이조라는 명칭은 농업과 세이조학원역의 앞글자를 따와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아그리스 세이조 밑으로는 전철이 지나고 있는데, 그 위로 텃밭을 조성했다. 이곳은 옥상과 마찬가지로 하중제한이 있어 토심은 약 40㎝이며, 토양은 비바소일과 펄라이트 등 인공배양토로 구성됐다,

이곳의 구조는 전철 옥상 위에 방수시트를 깔고 그 위에 인공토를 얹은 뒤 이를 구획별로 나눴다. 경작에 필요한 물은 수돗물을 끌어다 쓰고 있다. 1년 농사가 끝난 뒤 발생한 야채더미들은 회사에서 거둬간다. 그리고 이듬해 계약기간 전인 2월 토양을 재정비하는 것을 반복한다.

즉 이곳은 우리나라의 가족이나 친목단위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농장으로 보면 된다. 하지만 약 6㎡ 남짓 되는 농장의 임대하기 위해서는 약 13만 6500엔~20만엔 정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환율로 계산하면 약 140만원~200만원을 들여 2평 남짓 농사지을 땅을 임대하는 것이다. 여기에 씨앗까지 별도로 구매해야하기에 연간 2만엔 정도가 더 들어간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경작을 하는 민간인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단순히 농사를 지어 수확하는 기쁨보다는 체험을 통한 여가 활동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여가를 즐기기 위해서는 이정도의 돈은 아깝지 않다는 게 일본인이 지향하는 ‘행복’일지도 모른다.

본보 기자가 도착한 아그리스 세이조는 2층짜리 건물과 약 50m가량 떨어져 있는 농지 공간으로 뒤덮여 있었다. 307개 임대 농장 중 20여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빼곡히 채소와 과일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이제 막 농장을 시작한 곳에는 씨를 뿌려 놓은 흔적이 토양에 묻어나 있다.

아그리스세이조 관계자는 "토양은 입자가 거칠어 보수성이 높은 토양을 사용하고 있다"며 "땅의 깊이가 40㎝ 정도여서 우엉 등 특별히 뿌리가 긴 야채를 제외하고 대부분 농산물이 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재배되는 농산물은 미니 토마토, 고추, 호박, 완두콩, 강낭콩, 감자, 시금치, 검은깨, 바질, 스틱 브로콜리, 양배추, 쑥갓, 치커리, 양상추, 양파 등을 비롯한 각종 꽃까지 연간 500종류에 달한다. 파종은 4~8월과 10월 이후까지 매년 2~3차례씩 나눠서 반복한다.

모든 농산물은 철저하게 무농약으로 재배된다. 수확한 농산물은 개인회원이 가정에서 직접 소비할 수 있고, 아그리스세이조 클럽하우스 판매장을 통해 다른 시민에게 판매도 할 수 있다.

아그리스 세이조 관계자는 "아주 작은 공간에서 30품목까지 야채와 과일을 심어 기를 수 있다"며 "꼭 이 채소와 과일을 먹기 위해서라기 보다 자녀 농업 체험 등 여가 활동을 즐기는 시민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경작에 필요한 모든 농기구·자재는 아그리스 세이조 클럽하우스에서 일괄 제공한다. 회원 전용 공간인 클럽하우스는 씻을 수 있는 샤워시설을 갖췄고, 수시로 농사전문가 초청을 통해 어떻게 하면 야채별 수확을 높일 수 있는지 교육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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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그리스 세이조 전철이 지나가는 부지 위에 조성된 옥상 텃밭. 이주민 기자

◆건물 곳곳 공간 활용… 실패 사례도

일본 젊음의 도시인 하라주구에 있는 건물들이 인상적이다. 지진 영향 탓에 우리나라처럼 초고층빌딩은 없지만 10층정도되는 건물에는 녹지 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중 하라주구 오머테산도 도큐프라자를 찾았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건물이었는데, 중간층인 6층에 올라갔을 때 놀라움 그 자체였다. 스타벅스 커피숍과 레스토랑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은 공원으로 조성돼 있었다. 땅 위가 아닌 건물 중간에 녹지 공원을 조성한 것이다. 20년이 넘은 과일나무와 야채 등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커피나 디저트를 즐기며 공원을 거닐고 있었다. 건물 밑에는 어김없이 도심이었다. 하라모토 도큐프라자 관계자는 “시민들에게 어떻게 하면 녹지 공간을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며 “일반 공원이나 농장에서 기르는 나무나 야채보다 예산은 2~3배 이상 들어간다.

그렇지만 녹지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본의 민간 주도 도시농업은 '자연녹화'와 '수익창출'을 놓고 갈림길에 서기도 한다. 동경도 마츠야긴자백화점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 손으로 꼽힐 만큼 유명한 백화점이다.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신세계백화점 정도 될 것이라는 게 마츠야긴자 백화점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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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츠야긴자 백화점에 조성된 옥상 텃밭. 이주민 기자

하지만 이 백화점도 녹지를 포기하지 않았다. 옥상에 텃밭을 조성한 것. 당시 직원들의 자원봉사와 백화점 이용자들에 의해 관리됐고, 수확물은 나누는 방식으로 시작됐다.

백화점 옥상은 백화점 측에서 제공했고, 재배는 시민들이 직접 했다. 일본 최대 상업지에서 자연을 접할 수 있고, 더불어 야채나 과일을 수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신한 발상이었다.

옥상에 텃밭을 조성한 후 사업 시작 5~6년 동안 수박, 가지, 고추, 수세미 등 다양한 작물을 무농약 재배법으로 키웠다. 백화점 직원들로 '텃밭 모임'이 구성돼 운영될 만큼 도시농업에 대한 인식을 바꿔가기도 했다.

현재는 이 텃밭이 조금씩 줄고 있다. 옥상에는 커피숍과 간단한 음료(맥주 등)를 즐길 수 있도록 변화를 줬다. 혼다 게이스키 백화점 관리인은 “처음에는 400㎡ 규모의 옥상에 녹지 시설을 갖췄지만,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았다.

여름에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더 이곳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 카페와 녹지를 겸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현재 옥상 텃밭은 100㎡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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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도쿄 하라주구 오머테산도 도큐프라자 6층에 마련된 도시공원 형태의 쉼터. 이주민 기자

백화점은 더는 줄이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때 시범사업으로 주목받던 마츠야긴자백화점 옥상 텃밭이 철수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수익을 내는 '알짜 공간'을 선뜻 내놓을 수 없는 기업논리를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게 주된 이유로 분석된다.

나가토모 유키 도쿄도 관계자는 “마츠야긴자 백화점의 시도는 좋았으나,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며 “많은 기업이 도시 농업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과 농업을 결합하는 일은 여전히 숙제”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실패 사례도 있지만, 치바현 라라포트 옥상농원, 치요다구 파소나그룹 건물처럼 활성화된 사례도 있다. 일본의 도심 속 녹색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농원, 공원, 텃밭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형이다.

日세타가야구·하라주쿠=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

※본 기획취재는 충남도의 '지역언론지원' 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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