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역 생산량 늘고 소비는 줄어 최악 위기
농민 “2013년 반토막… 농사 포기상태”

충남지역 농심이 타들어 가고 있다. 도내에서 생산되는 양파와 감자, 호박, 마늘 등 농산물이 예년에 비해 생산량은 많이 증가했지만, 소비 부진에 경기불황까지 겹치면서 ‘폭락 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충남도와 지역 농가 등에 따르면 최근 기상조건이 양호해지고 수급조절이 실패하면서 양파와 감자, 마늘 등 노지채소가격이 생산비 이하 수준으로 폭락했다.

이날 홍성 시장에서는 양파 상품 1㎏이 446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67원에 비해 절반 이하 수준이고, 최근 5년간 6월 평균가격 722원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이번 농산물값 하락이 2달 연속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서산시에서 콩 농사를 짓는 박성찬(67) 씨는 2012년 수확한 콩 350㎏을 팔아 200만원을 벌었지만, 올해는 같은 양을 팔아도 100만원도 채 벌지 못했다.

박 씨는 "콩 가격 때문에 이미 주변 주민들은 출하 전인데도 농사를 다 포기한 상황"이라며 "내년부터는 아예 콩 농사를 포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면서 도내 농부들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특히 콩과 호박, 고추, 양파 등 도내에 생산농가가 많은 농산물의 경우 지속적인 가격 내림세를 보이면서 아예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려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충남도가 조사한 도내 7월 소매시장(전통시장 등)의 농산물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콩(1㎏)은 7200원에서 5700원으로, 건고추(600g)는 1만 5160원에서 1만 1300원, 호박(1개)은 940원에서 800원으로 급락했다.

이는 '풍년'이 가져다준 예상치 못한 상황이기도 하다. 수확량이 늘어났지만, 수요가 뒷받침이 안 되는 것이다. 천안·공주·서산·청양·부여 등 농산물 도매시장 경매 물량을 보면 올 들어 6월말까지 콩 출하량은 약 1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t에 비해 2t가량 증가했다.

호박과 고추, 마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호박도 300t으로 지난해보다 30여t 증가했고, 고추 역시 지난해 보다 약 100~150t 증가했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 이후 경기 침체로 농산물의 수요가 줄면서 가격도 주저앉았다. 1만 6000㎡의 밭에서 고추를 재배하는 청양의 홍성후(53) 씨도 답답하다. 지난해 들어온 건고추가 아직 저온창고에 수북해 지난해 600g에 8000원 하던 값은 현재 5000원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생산량이 늘면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당연한 수요 공급의 원칙이지만, 세월호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와 식생활 변화 등으로 농산물 수요가 유난히 감소했다"며 "농사랑 홈페이지 등 우리 농산물 소비를 위해 도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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