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상승=종식’ 등식 깨져
강원·경기 잠식… 충남 위협
AI바이러스 혈청형만 144종
예방백신 개발은 ‘오리무중’

충남도가 또다시 고개를 드는 조류인플루엔자(AI)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영상 20℃ 이상의 불볕더위에도 AI가 현재 강원도와 경기도에 잠식, 접경 지역인 충남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충남도에 따르면 최근 강원도와 경기도 등지에서 잇달아 AI 바이러스가 추가로 발견, ‘기온상승=AI 종식’이라는 등식이 깨졌다.

앞서 충남도는 지난달 17일 도내에 내려졌던 가금류 이동제한 조치를 전면해제 했다. 이동제한은 풀었지만, 여전히 AI 바이러스 이동 경로를 예의주시하며 방역에 고삐를 죄고 있다.

문제는 올해 1월말부터 시작된 AI가 5개월 사이에 74개 농가에서 모두 252만 2000여마리가 63곳에 나눠 살처분 매몰 처리됐다는 점이다. 가금류 살처분으로 농가에 지급될 보상금은 74개 농가 218억원(잠정)으로, 이중 절반가량인 150여억원 이상을 이미 집행했다.

하지만 AI 발생에 따른 뾰족한 묘책이 없다. 1~2년에 한 번씩 단골손님처럼 찾아오는 AI에 대한 특별한 대책 없이 가금류 이동제한, 살처분만 할 것이냐는 고민은 여전히 숙제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이에 AI 청정국이라는 충남도의 위치는 수년 전부터 먼 산으로 흘러갔다. 1년 12달 중 5개월 이상 AI가 잠식한 탓이다.

과거 국내에서 발생한 AI 바이러스는 모두 ‘H5N1형’이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발생이 처음인 종의 출현에 백신 역시 개발되지 않은 실정이다. 한마디로 예방할 기제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충남대학교는 AI바이러스 권위자인 서상희 교수 연구팀이 H5N8형 바이러스의 백신주(퇴치 백신을 만들 수 있는 무병성 바이러스)를 개발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때만 해도 축산농민들은 AI가 곧 종식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정부는 안전성 등이 충분히 담보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기술을 받아들여 보급에 나서지 않았다.

4월 말 기준으로 전국 540여농가, 1388만 5000여마리의 가금류가 매몰 처리되는 등 AI가 맹위를 떨쳤지만, 이 같은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

방역 전문가들은 AI 백신 개발 자체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AI 바이러스의 혈청형이 무려 144종이나 되는 데다 어떤 종이 유행할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초 발생한 AI 사례에서 확인됐듯이 국내에서 미발견된 새로운 종이 습격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현재까지 AI 바이러스의 종류는 HA는 16종, NA는 9종이다. 이에 가능한 조합은 144종이나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충남도는 정부에 17건의 제도 변경을 건의했다. 현재 8대 2 비율로 살처분 보상금을 지원하는 부분을 100%로 변경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핵심이다.

도 관계자는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 정책으로 재정난에 신음하고 있는 충남도가 AI 발생에 따른 비용까지 떠맡으면서 재정 운용에 시름하고 있다”며 “AI 확진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해야 한다는 내용도 건의했다”고 말했다. 무더위 속 AI 공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상태다.

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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