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영양사들 식단표 재탕
‘성장기’ 식단조절 나몰라라
지난해 메뉴 똑같이 올라와
도교육청 “주의공문 보낼것”

#1. 중학생 자녀를 둔 김성미(41) 씨는 학교 홈페이지를 매달 1~2차례 방문하고 있다. 아이들이 매일 어떠한 급식을 먹고 있는지 궁금해서였다. 자녀가 아토피와 소화 기관이 약한 탓에 먹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에 먹지 말아야 할 것을 일일이 표시해주고 있다. 그러나 김 씨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매월 급식 메뉴가 똑같이 반복되고 있는 것. 월요일 소시지, 화요일 된장국, 수요일 생선조림 등 바뀐 것 하나 없이 월 단위로 도돌이표 반복이었다.

#2. 충남 A 학교의 영양사는 실토했다. 지난해 먹었던 급식 메뉴를 올해 그대로 적용했다고. 열량과 영양분을 이미 수년전 계산해 놓은 덕분에 메뉴를 바꿀 이유가 없었다. 물론 여기에는 ‘귀찮은 마음’도 포함됐다. 실제 그 학교 홈페이지에 2012년 급식 메뉴와 2013년 메뉴는 비슷했다. 채소부터 과일, 주메뉴까지 그대로 옮겨 담았다. A 영양사는 “업무가 바쁘다 보니 그랬다. 아이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영양분이나 음식의 질은 크게 나쁘지 않다”고 했다.

충남지역 일부 학교들의 학교 급식 식단표가 매년 재탕·삼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영양사가 게을러 1~3년 전에 만든 식단표를 올해 그대로 적용한 탓인데, 누구 하나 이를 지적하거나 개선하려는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

충청투데이가 8일 충남 15개 시·군별 초·중·고등학교 5~10곳씩을 임의로 뽑아 홈페이지에 게시된 급식 메뉴를 분석한 결과, 3~8개 학교가 지난해와 똑같은 메뉴로 급식하고 있었다. 이 중 1~3개 학교는 지난해 1월 첫째주부터 12월 마지막주 월~금요일까지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올해 급식으로 그대로 옮겨 담았다.

학교 급식은 크게 학교 영양교사와 영양사에 의해 결정된다. 영양교사와 영양사는 급식 메뉴를 정해 월별로 학교 행정실장에 보고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런 보고 자체가 흐지부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게 일선 학교의 전언이다. 행정실장이 일일이 급식 메뉴를 신경 쓸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행정실장은 영양사나 영양교사에게 급식 전반에 관한 일을 맡겼고, 일부 영양사·영양교사들은 ‘대충대충’을 수년째 반복하고 있다. 이 모든 게 행정실장이 1~2년이면 다른 학교로 가거나 교육청으로 인사 발령된 탓이다. 학생과 행정실장은 바뀌지만, 일부 영양사와 영양교사는 바뀌지 않는 탓에 ‘게으른 영양사·교사’라는 직함이 따라다니고 있다.

물론 급식 메뉴를 바꾸지 않는다 해도 아이들에게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러나 영양사나 영양교사를 의무적으로 채용하는 목적을 들여다보면 답은 나온다.

성장기 학생들의 영양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만큼 시기별, 상황별 식단 조절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기 때문이다. 도내 A 영양교사는 “문제 될 것 없다”며 “어제 먹었던 음식을 내놓는 것도 아니고 월 단위로 반복하는 것인데 문제 되느냐. 다른 업무가 많다 보니 고유업무인 식단작성은 후순위로 밀어 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그러면 안 된다. 학부모가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학교를 불신하겠느냐”며 “학교별로 공문을 보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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