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획취재 충남 도시농업 희망 품다]
일본 도심엔 공원 같은 농장, 농촌엔 시민농원

▲ 가와사키시 시민농원에서 시민들이 직접 농사를 짓고 수확을 하고 있다. 이주민 기자

일본의 도시농업은 공원, 농원, 옥상 텃밭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됐다. 일본의 도시농업은 유럽에서 비롯됐다. 당시 유럽에서 도시농업이 신개념 농업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을 때 일본도 이를 모델로 삼은 것이다.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본 여건에 맞는 일본식 도시농업 모델을 정착시켜 오히려 더 나은 도시농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비교적 적은 토지를 이용한 농업현장부터 대규모 공원까지. 일본의 도시농업은 단순히 농사 체험에 그치지 않고 농작물 직거래 판매와 농업 노하우 전수, 관광객 몰이 등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농업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도시농업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아다치구 도시농업공원

일본에는 도시 한가운데 농경지와 잔디밭, 산책로가 공존하는 공원이 많다. 이른바 도시농업공원이 대표적인데, 이 중에서도 이미 성공모델로 성장한 아다치구 도시농업공원을 분석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23일 본보 기자가 아다치구 도시농업공원을 방문했을 때 신선한 공기는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이곳은 1984년 농업의 진흥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농업이 밀려나고 농가가 줄어들면서 생긴 여유공간에 공원적인 요소를 접목하면서 지금의 도시농업공원이 됐다.

즉 인위적으로 농경지를 만든 것이 아닌 경작지가 있던 곳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공원 요소를 추가한 것이다. 공원 전체 규모는 약 7.2㏊에 달한다. 이 중 논이 1200㎡, 밭이 2000㎡, 나머지 공간은 공원 요소들과 연못, 전통가옥, 학습체험공간, 꽃 정원, 레스토랑, 퇴비장 등으로 쓰이고 있다.

재배되는 작물은 어마어마하다. 쌀은 물론 호박, 파, 감자, 배추, 피망, 오이, 가지 등 숫자를 헤아리기 힘들 만큼 다양하다. 공원에서 생산하는 작물들은 이곳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사용된다. 결국 이곳에서 생산해 바로 옆 레스토랑이 이 농작물을 이용해 음식을 내놓는 것이다. 나머지는 사무실 및 체험학습공간에서 싼값에 지역민들에게 제공한다. 이곳에는 따로 판매대가 들어있어서 이용자들이 북새통을 이룬다. 이처럼 도심에 큰 도시농업공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랍다. 공원 위쪽으로는 도시 전철이 오가는 듯 철길 다리가 횡단하고 있다. 얼핏 보면 도심 내 공원처럼 보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시골 풍경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듯하다.

도시농업공원의 운영 방식은 한마디로 각양각색이다. 30년 전인 1984년 아다치구청에서 30억엔을 투입해 만든 이후 계속 직접 관리해오다 8년전부터 자체적(위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만큼 자립할 능력(?)이 생긴 덕분이다. 현재 농사 전문 3개의 업체를 선정해 공동 관리하고 있는데, 매년 투입되는 예산을 감당하지 못한 구청의 차선책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구청이 예산 지원을 아예 배제한 것은 아니다. 연간 1억엔 이상의 예산을 공원 관리에 지속해서 투입하고 있다. 한다 도시농업공원 관리자는 “현재 공원 운영이 위탁 개념이지만, 구청에서 큰 도움을 받고 있다”며 “예산을 계속 투입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획기적인 성과를 기대한다기보다 어떻게든 농지를 없애지 않고 더 확대하자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청에서 도시농업 상징성을 위해 적지 않은 예산을 배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은 충남도에서 마련한 다양한 농업 정책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농사 체험 등 프로그램에 어린이, 청소년 등이 아닌 실제 도시농업을 추구하는 성인 시민들의 참여도가 높다.

공원관리자에 따르면 연간 30만명이 이 공원을 이용하고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생태체험과 교육을 한 번에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도시농업공원은 일반인에게 임대하는 것이 아닌 직원들이 직접 농사를 짓고, 시민들은 언제든지 농업을 체험할 수 있다. 어린이들은 교육적 차원에서 생태체험학습을 할 수 있고, 어른은 유년시절의 추억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시기에 따라 이벤트도 다양하다. 모 심는 기간에는 모내기 체험을 할 수 있고, 밭에서는 채소 파종을 체험할 수도 있다. 이 중에서 지역민의 자발적 참여를 높일 수 있던 계기는 무엇보다 농산물 직거래 판매였다. 공원에서 생산한 농작물뿐만 아니라 지역 내 소규모 도시농업을 통한 농작물을 시민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아침 시장’이라는 직거래 장터를 마련하면서 공원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매월 넷째 주 일요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열리는 아사이치 시장에서는 농약과 화학 재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농산물만 팔도록 하고 있다. 아라오 도시 농업 공원 관리자는 "인근 농가 보호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 프리마켓을 열기로 아이디어를 모았다"며 "구청에서 지원을 받지 않을 만큼 흑자 전환이 되지는 않았지만, 흑자가 날 수 있어 되돌려 줄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가와사키시 시민농원

일본은 서구 도시농업 모델을 자국 여건에 맞게 도입했는데, 주말농장이나 도시 텃밭 형태의 도시농업을 시민농원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시민농원이란 일반 시민 중 농지가 없는 사람들이 놀이나 자신의 먹을 농산물 재배, 고령자의 삶의 보람 찾기, 가족 간 체험학습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이용하는 농원이다.

시민농원이 활성화하기 시작한 1970년대에는 참여하는 시민 의식은 단순히 자가생산한 농산물을 가족이 먹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점차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자신이 임대한 농원에서 여가생활을 즐기거나 체험을 하는 게 주목적으로 변했다. 시민농원에 참여하는 일본인들은 매년 확산하는 추세다.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 북부에 있는 가와사키시 시민농원은 공업화에 따른 농지 감소를 막기 위해 개설됐다. 이 시의 농지는 1965년 3000㏊였지만, 2007년에는 600㏊ 급격히 줄었다. 이후 공장 확산을 막기 위해 가와사키시에서 직접 농지를 관리하고 있다. 얼핏 보면 시민농원이 농촌 지역에 집중돼 있어 농촌농업이라 볼 수도 있지만, 이 농원에 참여자들이 도시민으로 구성돼 있어 하나의 도시농업 개념이 된 듯하다. 가와사키시 시민농원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시민농원, 시민팜농원, 체험형농원, 지역교류농원이다. 이 중 시 소유는 시민농원 7곳과 지역교류농원 1곳이다. 특히 시민농원은 10㎡씩 분할해 1000여개의 구획으로 시민에게 2년마다 분양된다. 시민들은 연간 일정 금액의 이용료를 내면 누구나 참여해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어떤 구획은 벼농사가 집중돼 있고, 어떤 구획은 채소류 등 밭농사가 집중돼 있다. 농지를 빌려주는 농가에는 연간 내는 세금을 면제해 준다. 농가는 농가대로 이득을 찾을 수 있고, 이를 이용하는 시민은 체험과 수확이라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시민팜농원과 체험형농원은 시의 관여를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승인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요네카와 가와사키시 농업진흥센터 관계자는 "농지가 계속 줄어들면서 영농후계자도 없어지면서 방치되는 농지를 보전·개선하기 위해 시민농원이 시작됐다"며 "농작물 생산 목적보다 농지와 농업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시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 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아다치구·가와사키시=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

※본 기획취재는 충남도의 '지역언론지원' 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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