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무방비… “좁은 공간 문제, 도리 없다”

▲ 5일 대전 유성구 봉명동 유성시외버스터미널에서 승하차장이 좁은 탓에 승객들이 운행하는 버스 사이로 위험스레 통행하고 있다.? 허만진 기자 hmj1985@cctoday.co.kr

“사람과 버스가 뒤엉킨 아수라장이예요. 이곳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목격한 아찔한 순간이 몇 번인지 모릅니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유성시외버스터미널, 버스 탑승을 기다리던 정모(62·여) 씨는 터미널 내 시민안전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정 씨는 “터미널 옆 차도는 물론 그 사이의 인도에도 아무렇지 않게 버스가 정차하고 있다”며 “버스이용객과 터미널 앞을 지나는 행인들이 혹여 버스에 치일까 걱정이 앞선다”고 얘기했다.

실제 터미널 앞 진입로는 자신이 탈 버스를 기다리는 이용객과 행인, 터미널을 나가려는 버스와 터미널로부터 50m 후방 ‘장터길 네거리’까지 이어진 진입버스 등이 얽혀 서로의 앞 길을 방해하고 있었다.

급기야 이어폰을 낀 탓에 차 소리를 듣지 못한 행인이 안전요원의 호통에 뒤늦게 버스를 피하는 위험한 장면까지 연출됐다.

이용객에게 호통을 치는 일이 잦냐는 기자의 물음에 한 안전요원은 “비켜서지 않는 시민에게는 어쩔 수 없이 소리라도 질러야 사고를 피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하소연했지만 시민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이용객 김모(28) 씨는 “대합실에 앉을 공간이 없는데다 인터넷 예매까지 안 돼 밖에 버스를 기다리려면 일찍부터 밖에 서있을 수 밖에 없다”며 “모든 안전요원이 그런 것도 아니고, 나름 입장도 이해되지만 이용객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며 안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터미널 안팎에서 온갖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고, 터미널 운영사와 시민들 간 갈등이 계속까지 있지만 해당 운영사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터미널 한 관계자는 “애초에 터미널 공간이 이렇게 좁다는 것이 문제”라며 손쓸 도리가 없다고 해명했다.

터미널 밖 주차구획면을 세어보니 실제 유성시외버스터미널의 주차면적은 모두 합쳐 5개. 앉아 있을 공간도 고작 벤치 6개에 불과했다.

이 유성시외버스터미널은 19개 노선에 하루 평균 버스 400대, 3500명 이상의 승객이 이용하지만 좁은 면적을 이기지 못한 버스들이 터미널 앞 인도와 도로 1차선을 점용하고 있고, 이용객들도 대합실이 아닌 차도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아찔한 상황이 매일 반복되고 있었다.

터미널 내 한 운수회사 소장은 유성시외버스터미널의 안전상황에 대해 “버스기사들도 여기만 들어서게 되면 바짝 긴장을 하는 상황이라 우리 역시 안타깝다”며 “시민안전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져야지 않겠느냐”며 한 숨을 내쉬었다.

김영준 기자 kyj85@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