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연합뉴스
수적 열세도, 체력 저하도 코스타리카를 막지 못했다.

코스타리카는 30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헤시페의 페르남부쿠 경기장에서 치러진 그리스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16강전에서 천신만고 끝에 갖은 역경을 딛고 승리를 거뒀다.

승부차기까지 이어진 이날 혈투에서 후반 21분 오스카르 두아르테(브뤼헤)가 퇴장당한 코스타리카는 체력이 떨어진 후반 중반 이후 50분 이상을 10명이 버텨야 했다.

그리스는 거칠고 투박하지만 위협적인 중앙 공격을 계속 시도했고, 코스타리카 선수들은 이를 막는 데 지쳐 연장전 막바지에는 제대로 뛰지도 못할 정도였다.

필드 위에선 한 명의 부재로 선수들이 급격히 지쳐갔지만 오직 한 명만 있으면 되는 골문 앞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케일러 나바스(레반테)가 지킨 코스타리카 골대는 철옹성 같았다.

후반 46분 나바스가 막아내다 흘러나온 볼을 코스타리카 수비진이 걷어내지 못하면서 그리스의 소크라티스 파파스타토풀로스(도르트문트)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나바스가 아니었다면 이 실점은 결승골이 될 수도 있었다.

전반 37분 디미트리스 살핑기디스(PAOK), 후반 2분 요르기오스 사마라스(셀틱) 등이 시도한 슛이 모두 나바스의 손과 발에 가로막혔다.

그리스가 숫자와 체력 우위를 바탕으로 기세를 올린 연장전에서도 나바스는 빛을 발했다.

연장 후반 8분 그리스 공격수 다섯 명이 코스타리카 수비수 두 명을 앞에 두고 돌진해왔을 때도 나바스는 라자로스 흐리스토둘로풀로스(볼로냐)의 슛을 쳐냈다.

8분 뒤 코스타스 미트로글루(풀럼)의 슛 역시 나바스의 다리에 걸렸다.

그리스의 총공세를 막아내고 어렵사리 시작한 승부차기에서도 주인공은 나바스였다.

나바스는 그리스의 네 번째 키커 테오파니스 게카스(코냐스포르)의 골대 왼쪽으로 향하는 슛을 왼손으로 쳐내면서 이날 경기의 영웅이 누구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나바스의 활약은 조별리그에서 이미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우루과이, 이탈리아, 잉글랜드 등 '월드컵 우승국 클럽'에 생뚱맞게 끼어든 처지의 코스타리카였지만 나바스는 조별리그 세 경기를 1실점으로 틀어막고 팀을 조 1위로 이끌었다.

그나마 우루과이에 내준 한 골도 페널티킥 실점이라 필드골 실점은 없었다.

나바스를 비롯한 선수들의 투혼에 힘입어 사상 최초로 월드컵 8강에 오른 코스타리카는 오는 6일 이번 대회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네덜란드와 격돌한다.

jk@yna.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