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수아레스(리버풀)의 유니폼은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우루과이 라커룸에 내걸렸지만, 유니폼이 팀을 구할 수는 없었다.

29일(한국시간) 우루과이와 콜롬비아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16강전이 열린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주경기장.

우루과이 선수단 탈의실 내 수아레스의 자리에는 수아레스의 유니폼이 다른 선수들의 것과 나란히 걸려 있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이번 대회에서도 활약이 기대된 수아레스는 옛 버릇을 못 버리고 기행을 저질러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는 이탈리아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상대 선수인 수비수 조르조 키엘리니(유벤투스)의 어깨를 깨물어 A매치 9경기 출전 정지와 4개월간 모든 축구 활동이 금지되는 징계를 받았다.

수아레스는 "균형을 잃고 몸을 가누기 어려워 상대 선수의 상체 위로 넘어졌다"고 해명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은 그의 행동에 고의가 있다고 판단, 징계를 내렸다.

이에 우루과이축구협회는 공식 이의 제기 방침을 정하고, 오스카 타바레스 우루과이 감독은 FIFA 내 위원회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후폭풍이 이어졌다.

이날 우루과이축구협회는 16강전에 앞서 트위터에 수아레스의 유니폼이 걸린 탈의실 사진과 "수아레스의 자리는 그대로"라는 글을 올려 승리를 기원했고, 경기장에는 수아레스 얼굴 모양의 가면을 든 팬들이 등장했다.

쓸쓸하게 고국으로 돌아간 수아레스는 자신의 집에서 팬들의 환호 속에 유니폼을 입고 등장해 마음으로나마 응원을 보냈다.

그라운드 밖에서 그의 존재감은 여전했지만, 경기장 안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가장 날카로운 이'가 빠진 우루과이는 콜롬비아 하메스 로드리게스(AS모나코)의 '원맨쇼'를 막지 못하고 0-2로 완패하면서 짐을 쌌다.

타바레스 감독은 수아레스가 부상으로 빠졌던 코스타리카와의 조별리그 1차전처럼 이날 디에고 포를란(세레소 오사카)과 에딘손 카바니(파리 생제르맹)를 공격의 선봉에 세웠으나 당시와 마찬가지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5백을 바탕으로 콜롬비아의 공세를 차단하면서 포를란과 카바니의 공격력에 기대를 걸었지만, 수아레스가 있을 때만큼의 파괴력은 보기 어려웠다.

후반 5분 로드리게스에게 두 번째 골을 내준 이후에는 공격에 방점을 찍은 선수 교체로 반전을 노렸으나 회심의 슈팅들은 콜롬비아의 골키퍼 다비드 오스피나(니스)의 손에 족족 걸렸다.

결국 우루과이는 40년 만에 4강에 진출했던 4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쓸쓸히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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