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전나진 한남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컬쳐전공 교수

최근 싸이의 신곡 '행오버'의 뮤직비디오가 화제다. 유튜브 조회수 7000만건을 넘었고 패러디도 나오고 있다. 많은 호평과 혹평 사이에 그 내용이 한국의 음주문화를 미화한다는 비판도 있다.

폭탄주, 술잔 돌리기, 강제로 먹이기, 최소 3차까지, 술을 섞어 마시는 갖가지 기법 등으로 요약되는 한국의 음주문화는 이미 많은 한국인들이 문제로 인식하며 바뀌어야 할 것으로 공감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해 본 외국인 중 별난 한국의 음주문화를 아는 사람도 꽤 많다. 필자가 근무하는 곳은 외국인 교수들이 대부분으로 모든 강의와 일상대화가 영어로 이뤄져 외부 회의가 없는 이상 한국말을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하루를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외국인 교수들은 한국의 음주문화를 재미있게 생각하기도 하고 비합리적이라며 비판도 한다.

여기서 드는 몇 가지 의문이 있다. 한국의 음주문화는 항상 비판받아야 하는 것인가? 이 별난 음주문화는 부끄러운 것인가? 한 지역의 문화는 그 지역의 역사적 그리고 정치·경제·사회·지리적 배경, 지역민의 기질과 떨어뜨려 논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음주문화를 이야기할 때 우리의 조직문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근대화 및 현대화와 함께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자본의 집중으로 효율성과 신속성을 추구했다.

또한 탑다운(top-down) 방식의 신속하고 예측가능한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무조건적 복종과 충성을 필요로 했다. 복종과 충성은 업무 후 회식자리로까지 이어지고 회식에 불참하는 직원은 흔히 말해 '찍히기도' 했다. 한국문화는 비교적 의사표현을 아끼는 문화다.

즉, 서구문화와 비교할 때 덜 표현적(expressive)인 것이다. 한국인의 의사소통 방법은 고맥락(high context)으로, 저맥락(low context)인 서구문화에 비해 간접적이며 표정, 상황, 공통된 이해 등 비언어적 단서가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술을 동반한 회식에서는 못했던 말들을 직접적으로 내뱉기도 하고 실수를 하기도 하고 이로 인해 감정이 격해져 싸움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술에 대해 관대한 한국인들은 '술 먹고' 한 실수에 대해선 너그러우며 쉽게 용서가 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며 조직원들간 서로 알아가며 더욱 친해지기도 멀어지기도 하고, 신뢰할 수 있으면 '라인'이 형성되며 인사상 반영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빠른 경제성장시대의 우리의 조직문화는 대대수의 한국남성이 경험하는 군대문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즉, 우리의 음주문화는 당시 한국의 상황을 배경으로 한국인의 기질로 나타난 조직문화의 일부인 것이다. 이것이 우리 음주문화를 정당화한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음주행태가 이제는 문제로 인식돼 바뀌고 있는 것이다. 회식자리가 고깃집과 노래방에서 문화공연과 팀스포츠로 바뀌고 있다. 즉, 음주문화를 그 자체만 보고 비판하기 보다는 그 배경에 비추어 이해하고, 그 문화가 현재 그리고 미래 어떻게 유지되거나 변할 것인가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결혼 후 여성이 남편의 성을 따르는 서구문화를 보고 서구에는 여권(女權)이 없다고 비판할 것인가? 우리의 별난 음주행태가 그 자체로 바람직한 것은 아니나 그 문화와 그 세대를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다. 그들이 그렇게 별나게 술을 마셨기에 현 세대가 그러지 않아도 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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