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축구가 자랑하는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황금 크로스'로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몰려 있던 조국에 희미한 희망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포르투갈과 미국의 G조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린 23일(한국시간) 브라질 마나우스의 아마조니아 경기장.

독일에 0-4로 참패한 1차전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호날두는 외로웠고, 포르투갈은 강하지 못했다.

전반 5분 나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제골로 앞서는 듯했지만 격차를 벌리지 못했고, 후반 들어 저메인 존스(19분), 클린트 뎀프시(36분)에게 연달아 골을 허용해 역전패 위기에 몰렸다.

종횡무진 뛰어다니던 호날두도 동료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몇 차례의 시도가 무산되거나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자 안타까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미국의 승리와 포르투갈의 충격적 탈락이 사실로 굳어지던 무렵, 호날두의 마지막 한 번의 크로스가 결과를 뒤바꿨다.

여전히 1-2로 뒤지던 후반 추가시간, 미국 진영의 오른쪽에서 공을 받은 호날두는 반대편을 향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날카로운 호를 그리며 미국 골대 앞으로 향하던 공은 쇄도하던 바렐라(FC포르투)의 머리와 정확히 만났고, 골망을 가르는 극적인 골이 됐다.

자석이 달린 듯 바렐라의 이마로 향한, 호날두의 완벽한 크로스가 만들어낸 골과 함께 경기는 2-2 무승부로 끝났다.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될 뻔한 포르투갈도 마지막 경기 결과에 따라 실낱같은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

호날두는 올해 1월 국제축구연맹(FIFA)-발롱도르(Balon d'Or) 수상자로 선정된 세계 축구 최고의 슈퍼스타다.

2008년에 이 상을 받은 호날두는 4년 내리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에게 이 상을 내줬다가 올해 되찾았다.

전성기를 활짝 열어젖힌 그가 브라질에서 어떤 활약을 보일지가 이번 월드컵의 관전 포인트로 꼽혔다.

그러나 호날두 한 명에게만 의존하는 포르투갈은 독일과의 1차전에서 참패했고, 호날두도 고개를 숙였다.

하필 '숙명의 라이벌'인 메시는 모처럼 남미에서 열린 월드컵에 나와 홈을 방불케 하는 응원을 받으며 기량을 과시했다.

메시는 전날 이란과의 2차전에서 0-0으로 맞선 후반 추가시간, 오로지 자신의 기량 하나만으로 드라마틱한 결승골을 터뜨려 아르헨티나에 2연승을 안겼다.

반대로 포르투갈이 2연패에 빠진다면 호날두의 발롱도르 탈환의 기쁨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었다.

호날두는 자신도 슈퍼스타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후반 추가시간에 멋진 골을 배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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