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놈, 그놈은 거시기 달 자격도 없는 놈이야."

"허구한 날 술 퍼마시고 마누라 두들겨 패고 가재도구 때려 부수는, 그래서 집안 말아먹은…."???

시정 잡배나 망나니의 입에서 나올 법한 욕설이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한나라당 의원연수회 중에서 나온 것이어서 충격을 준다. 물론 그 대상은 노무현 대통령이다. '환생 경제'라는 정치풍자극에 한나라당 국회의원 24명이 직접 출연, 노 대통령을 무능한 막무가내형의 '노가리'로 희화화했다. 대통령을 수도 이전에만 올인하는 것으로 묘사하면서 원색적인 성적 비하 욕설로 무참히 몰아붙인다. 아무리 패러디라지만 욕설까지 동원한 것은 너무한 것이 아니냐는 네티즌들의 비난이 그래서 쏟아진다.

사실 지난 주말부터 정치권의 이목은 온통 전남 곡성·구례에 이어 광주에 집중됐다. 한나라당이 호남에서 2박3일간 의원연찬회를 가진 것도 그렇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의 5·18 광주묘역 집단 참배 역시 초유의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치권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하나는 한나라당의 이른바 서진(西進)정책이 과연 먹혀 들어갈 것인가이다. 한나라당이 영남권 기반의 지역정당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선 호남 껴안기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30년간 지역주의를 확대·재생산해 온 3김 정치의 종식, 젊은 유권자의 탈(脫) 지역주의적 투표성향은 하나의 새로운 희망이라는 점에서 한나라당도 수권 정당으로서의 쇄신책을 실천 전략으로 삼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두 차례 대선 패배에 이어 지난 17대 총선 때도 호남에서 대패를 감수해야 했다. 호남에서 지역구 의석은 1석도 건지지 못했다. 당시 득표율을 보면 광주 1.8%, 전남 2.9%, 전북 3.4%에 그쳤다. 반면에 지난 총선 당시 충청권 3개 시·도에서 거둔 한나라당의 정당 득표율은 지역별로 20~30%선을 기록했다. 비록 충청지역구에서 1석만을 건졌지만 그래도 호남보다는 나은 편이다.??????

바로 여기에서 한나라당의 고민은 시작된다. 호남을 텃밭으로 삼았던 민주당이 목포 일대로 쫓겨났고, 충청의 맹주이었던 자민련이 퇴조했지만 그 자리를 한나라당이 메워 주지 못했다는 것은 무얼 의미하는가. 그건 한나라당에 대안세력으로서의 정치력이 부족한 탓이다. 충청인이 한나라당에 인색하면서도 충청권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기대한다고 항변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적어도 충청인의 눈높이에서 보는 한나라당의 위상은 거의 반사적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신행정수도 건설 문제에 대한 한나라당의 시각은 이를 반증해 주기에 충분한 시금석이다. 한나라당 풍자극에서도 '노가리'는 둘째 아들인 '경제'의 죽음에 대해 "집터가 나빠서 생긴 일"로 치부하고 이사(수도 이전)하는 데만 집착하는 무책임한 가장으로 그려졌다. 박근혜 대표의 발언에서도 속타는 심정을 읽을 수 있다. "수도 이전과 관련 정치적인 판단을 하는 죄를 지었다. 그래서 사과했다. 또다시 충청도민에게 죄지으면 안된다"는 발언에 그런 고뇌가 묻어 나온다.?????

오늘부터 국민대토론회를 열어 당론 결정을 서두르는 듯하지만 양상은 더욱 꼬이고 있다. 당내 반대론에 맞서 한나라당 출신인 염홍철 대전시장과 대전시의회 의원, 그리고 당직자들이 행정수도 이전 찬성론을 촉구하면서 탈당도 불사하는 분위기다. 이럴 때일수록 정론으로 맞서는 게 순리라고 본다. 정치란 책임을 전제로 국민의 심판을 받기 때문이다. 다수 야당의 입장에서 관련법을 통과시켜준 책임은 결코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혹여 당초 안에서 대폭 축소된 행정수도 이전안으로 충청인을 달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크나 큰 오산이다. 충청인은 그것도 경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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