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김두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지원장

국민건강보험은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정책사업으로서 보건복지부가 사업을 총괄하고, 가입자와 수입관리 등을 담당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과 진료비 심사와 평가를 통한 지출관리를 담당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정부로부터 그 사업을 위탁받아 집행하고 있다.

2000년 7월 관리기구 통합 당시 심평원이 별도의 전문기구로 설립하게 된 주된 이유는 건강보험의 이해관계자인 가입자(국민), 의료공급자(의료계), 진료비지급자(공단)간에 중립성을 견지한 별도의 전문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진료비를 많이 받으려는 의료계와 적게 주려는 공단 사이에서 양자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전문적 잣대로 심사해 그 값을 결정하게 함으로써, 이해 당사자간의 수용성을 극대화하고,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이러한 제도 취지에도 불구하고 공단은 심평원이 수행하고 있는 심사기능뿐만 아니라 정부의 직접적 행정권에 속하는 보험료 부과 결정권, 진료보수(수가) 결정권, 현지조사권 등을 공단이 수행해야 한다고 수년간 계속해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심평원까지 완전 통합해 하나의 거대 공룡조직화 하려는 조직 이기주의의 발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욱이 이런 기관간의 기능관련 주장들은 정부, 그리고 심평원 등 관련기관과 협의해 진행해야 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피땀어린 보험료까지 써가며 국민들을 대상으로 신문광고, 만화광고까지 해가며 여론을 조장하고 있다. 정상적인 행동인지 의심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중요한 것을 하나 깨우쳤다. 자고로 선장이 그랬고, 선원이 그랬고, 선박회사가 그랬듯이 자기들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잘만 해왔다면 세월호 참사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공단은 이미 국회로부터, 또 기획재정부로부터 방만 경영의 문제를 지적받고 있다.

건강보험은 단기 보험이라서 매년 그해에 소요될 급여비를 그해의 보험료로 부과 징수해 충당해야 한다.

그러나 공단의 보험료 당기징수율은 70%대에 그치고 있다. 매년 40조원의 보험료를 부과한다면 10조원 내외를 당해년도에 징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장기요양보험은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장기요양기관은 사무공간 하나 없이 아파트에서 1인이 운영하는 시설이 전체의 1/3에 이르고, 장기요양기관과 요양보호사와의 관계는 사적계약자치원칙이라는 전제 하에 방치되고 있어 요양보호사 보수의 30% 이상이 관리비 명목으로 공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요양보호사의 서비스수준은 형편없고, 그나마 종사하는 요양보호사는 배출된 요양보호사 숫자의 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현재의 공단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치유,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고민할 때지, 고작 심평원이 잘하고 있는 심사청구권을 빼앗아 몸집 불리기에 정신을 쏟을 때는 아니라고 본다.

감히 제언해본다면, 공단의 징수기능, 장기요양보험기능, 건강검진 및 예방사업기능은 각각 공단으로부터 분리해 전문화, 슬림화 시켜야만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을 것이고 방만 경영의 문제도 치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은 조직이기주의에 좌우돼서는 안 되며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만 존재하고 관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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