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이상윤 대전사랑시민협의회장

아이가 부모를 때리고, 야단맞은 아들이 홧김에 방에 불을 질러 집을 모두 태워버리는 등 최근 아동·청소년들이 저지른 황당하고 끔찍한 뉴스들을 자주 보게 된다. 이런 일들은 대개 부모가 아이들의 감정을 무시하고, 짓밟기만 해 생긴다. 아이들이 부모가 준 상처를 견디다 못해 비뚤어진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뉴스를 보면서 초등학생 미만의 자녀를 둔 주부들이 아이에게 행복한 엄마가 되자며 만든 공부모임이 떠올랐다.

내가 아이 마음을 못 알아주고, 다그치기만 해서 아들이 틱장애를 갖게 됐다며 괴로워하는 엄마부터, 아빠 대신 생계를 책임지신 엄마가 자신의 공부를 봐주지 못한 게 한이 됐다는 엄마, 두 아들의 공부를 손수 챙기며, 말을 안 듣는 아이들에게 온갖 욕설과 폭언을 일삼는 엄마, 딸이 아빠의 나쁜 성격을 닮아 딸이 미워 온갖 화풀이를 다하는 것이 고민이라는 엄마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가진 사연은 달랐지만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결심은 같았다.

이 엄마들은 모임과 학습을 통해서 전과 달리 아이들과 맞부딪히는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감정(기쁨, 화남 등)을 느끼는지를 명확하게 알게 됐다고 한다. 모임 전에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정확하게 몰랐는데 수업을 하면서 수치심, 분노 등 자신의 감정을 알게 됐다고 한다. 사실 자기 감정을 알 수 있을 때 남의 감정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자녀들이 “엄마, 제 맘을 그렇게 모르세요”하며 우는데 많은 부모들은 자녀들의 행동이 맘에 들지 않으면 “시끄러워, 엄마 화났어, 조용히 해, 그만 울어 뚝!”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고 한다. 어떤 부모는 '도깨비를 부를까' 하고 협박하면 어린애가 파랗게 겁에 질려 벌벌 떤다고도 했다. 한마디로 아이의 감정을 알아보려고 하기보단 어른의 기준에 따라 억압한다.

“무엇 때문에 화가 났을까, 얼마나 힘드니?” 라고 물으며 아이의 감정에 관심을 보이면 좋은데 대부분이 그렇지 못하고 나타나는 일만을 가지고 버럭 부모의 감정풀이를 한다.

일반적으로 감정은 부정적인 감정과 긍정적인 감정이 있다. 긍정적인 감정은 존중하고, 부정적인 감정은 안 좋게 평가한다. 부모들이 아이들이 짜증내거나 울거나 무서움을 나타내는 감정들을 부정이라 생각하여 무시하는 것은 이러한 인식과 연관된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부정적인 감정도 긍정적인 감정만큼 중요한 것이다. 위험한 곳을 지나면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수도 있고 이는 추락사고로 이어질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부모들은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을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존중한다는 생각을 먼저하고 비록 참기 힘들어도 혀를 깨무는 아픈 심정으로 내 감정을 참고 인내해야 한다. “곧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글을 반지에 새겨 늘 끼고 있었든 폐르샤의 왕처럼 애들 때문에 힘들어 하는 엄마나 아빠들도 이 말을 가슴에 새겨뒀으면 한다.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이 잘못했다고 느낄 때 변한다. 따라서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야단치기 보다 먼저 아이의 맘을 읽어주는 부모의 마음이 먼저다. 요즘 아이들은 학업문제, 친구문제 등으로 스트레스가 많다. 엄마, 아빠라도 힘이 돼 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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