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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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딱 5년 전(5월 23일 오전 5시21분), 노무현은 세상과 작별했다.그는 유언처럼 화장됐다.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세워졌다. 남방식 고인돌 형태의 낮은 너럭바위가 마치 입을 굳게 잠근 것처럼 무겁다. 그는 깨끗했지만, 또한 깨끗하지 못했다.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도덕성을 강조했지만 형님, 아내, 자식들의 도덕성 때문에 무너졌다.

▶노무현은 죽었지만, 또한 살았다. 재임 시절 바닥을 기던 호감도는 퇴임 이후 급상승했다. 그의 돌연한 죽음이 있고나서야 사람들은 그를 다시 보게 됐다. 하지만 죽어서 끝나는 구원이 아니라, 살아서 증명되는 삶이어야 했다. 그리도 떳떳했다면 결백을 증명했어야 옳았다. 그렇다면 노무현은 누가 죽였는가? ‘이명박이 노무현을 죽였다’는 식의 허위의식에 대한 물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친노’가 노무현을 지켰는가. 그것도 아니다. 노무현을 죽인 건 노무현이다.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던 봉하의 봄은 ‘사람이 살기 힘든 세상’일지도 모른다는 물음표를 남긴 채 을씨년스럽게 칩거 중이다.

▶선거판이다. 또한 난장판이다. 이름하여 개판이다. 전과자들이 즐비한 지방선거는 민낯을 가린 채 표밭을 뒤숭숭하게 만든다. 음주뺑소니, 사기, 폭력전과에 음란물 유포자도 있다. 어느 고을엔 전과16범도 출사표를 던졌다. 뻔뻔하다. 그 나신(裸身)이 부끄럽지 않다는 것은 국민이 두렵지 않다는 뜻일 게다. 이들은 곧 90도 허리를 조아리며 표(票) 동냥을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당선되면 180도 변심해서 밥그릇을 찰 게 뻔하다. 1995년 이후 지난 20년간 비리 혐의로 중도 하차한 광역·기초단체장이 77명이고, 1991년 이래 형사처벌을 받은 지방의원만 1230명에 달한다. 이들을 단죄하기 위해서라도 좋든 싫든 간에 ‘표’를 던져야한다. ‘사표(死票)’가 되어선 안 된다. 투표도 하지 않고 이들을 욕하는 건 ‘정치적 자살’이다. 또한 자발머리없이 대충 뽑아놓고 임기 내내 ‘씹는 것’도 자살이다. 정치는 생물(生物)이라, 우리가 돌보지 않으면 죽는다.

▶‘지금(只今)’이란 엄밀히 말하면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다. '금'이라고 말하는 순간 '지'라는 말은 사라지고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하지 않으면 ‘영원히’ 하지 못한다. 무엇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인지, 세상이 지금 똑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여기에 대한 답은 후보들의 몫이다. 죽어서 구원받는 세상이 아니라, 살아서 모두를 구원할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나재필 편집부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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