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 코앞 충남 농민 한숨
특정 몇몇이 독점하다시피
순서 돌아와도 잔고장 일쑤

충남도와 일선 시·군이 농업인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행 중인 ‘농기계 임대사업’이 오히려 농민의 한숨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툭하면 고장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데다, 내면을 들여다보면 일부 단체나 농민이 농기계를 독점하다시피 해 실질적으로 소규모 농사를 짓는 일부 농민은 구경도 못 해봤다는 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충남도와 일선 시·군에 따르면 2003년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함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일손 부족 완화를 목적으로 농기계 임대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대규모 농사를 짓는 부농(富農)의 경우 논·밭농사에 필요한 이양기와 트랙터 등을 갖춰졌지만, 소규모 빈농(貧農)들은 이 사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다.

실제 도내 농기계 임대 실적을 보면 지난해 기준 4만 1362명(중복 포함)이 일선 시·군 농업기술센터 농기계 임대 사업에 참여했다. 지역별로는 아산 5387번, 당진 4955번, 서산 3158번 등의 임대 실적을 올렸다. 이에 따른 임대 수익도 7억 7500만원이나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숫자가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천번의 임대 실적이 있지만, 일부 지역은 마을 이장과 청년회 등이 독점한다.

농기계임대 사업은 이틀에서 사흘가량 단기간 임대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손발이 맞는 농가 등이 이틀 빌리고, 이틀 뒤 또 사흘 빌리는 식으로 농기계를 꽁꽁 묶어 놓는 편법을 쓰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농민은 농기계를 대여할 수 없어 매번 발길을 돌린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여러 사람의 손을 타다 보니 시도때도없이 농기계 잔고장이 말썽을 부린다. 농기계 임대 날짜를 맞춰놔도 이전 임대자가 고장을 내면 속수무책이다. 농기계를 고칠 인력이 각 농업기술센터에 1~2명에 불과하기에 없는 셈 치는 농민도 적지 않다.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되면서 농기계 임대 수요는 크게 늘고 있지만, 정작 보유하고 있는 농기계와 관리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농민들에게 '그림의 떡'으로 전락하고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사업소 인력 부족으로 기계 관리 및 교육, 수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도내 사업소에는 농기계 이용을 가르치고 수리하는 교관 1명을 포함해 직원은 고작 2명에서 많아야 7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청양에서 콩 농사를 짓는 박 모(59) 씨는 밭을 갈기 위해 관리기를 빌리려 했지만, 배달해줄 수 없다는 말에 포기했다. 임대사업소와 거리가 멀어 기계를 트럭에 실어와야 하지만, 그나마 트럭에서 기계를 내릴 젊은 인력이 없어서였다.

도 관계자는 "농기계임대사업비는 도와 국비, 일선 시·군비 매칭해 마련하지만, 일단 사업소를 꾸리고 나면 기계 구입비와 수리비 등 유지비는 모두 해당 자치단체 예산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지침에 나왔듯이 단기간 임대를 원칙으로 한다. 철저한 관리 감독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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