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양준영 충남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과장

5월의 황금연휴가 지나갔다. 즐겁기보단 괴로운 시간이었다. 우리 주위에 너무나 많은 눈물이 흘렀고 아쉬움과 한탄이 더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5월은 어버이날, 어린이날, 그리고 스승의 날이 있고 1년중 가장 사람들이 살기 좋은 시절인데….

하루 종일 피곤함을 느끼며 집앞에 도착해 벨을 누른다. 문이 열리니 평상복 차림의 아내가 나를 맞이해준다. “오늘 어땠어?”, “뭐 그냥 똑같지 뭐.”

약간의 짜증섞인 나의 대답에도 아내는 빨리 씻고 쉬라고 한다. 일상적인 말투다. 그런데 한 30분이 지나니 몸에 엔돌핀이 생기는 것 같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어떠한 보상도 있는 것이 아닌데도 아내는 순전히 나를 위해 아무 조건 없이, 하루종일 피곤했던 나를 위해 과일을 주며 따뜻한 차를 건네 준다. 일상적인 집안일과 아이들 뒷바라지에 분명 힘들 터인데 전혀 내색을 하지 않는다.

그제서야 아내가 묻지 않아도 마치 아이처럼 오늘 힘들었던 일, 기뻤던 일, 황당한 일들을 마구 쏟아낸다. 아내는 나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긍정의 에너지를 불어 넣어준다. 아침에 일어나 하루 종일 바쁘게 뛰고, 무엇인가를 해내기 위해 애쓴 모든 힘이 바로 아내의 나에 대한 믿음에서 나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험한 세상에서도 내가 사는 이유는 바로 가족의 존재에 있다. 마음에 안드는 일, 힘에 부치는 일에 도전하는 것도 바로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나라를 위해, 사회를 위해 일한다는 것은 언어의 미화이고, 화자의 변명이 아닐까? 나라와 사회 구성의 가장 근본축은 가족인 것이고 이를 꾸미고 소중하게 만드는 것은 남편과 아내이다.

그러나 지금 세상은 많은 갈등과 싸움이 있다. 심지어는 가족간에도 있어서는 안될 엄청난 사건도 접한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조금은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교육에 가족이라는 교과 제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족의 구성원 하나하나의 역할과 책임감을 불어넣어야 한다. 물론 이 의미에는 효(孝)가 있을 것이다. 부모에 대한 맹목적 효가 아니라 가족에 대한 사랑이 담긴 효 교육이 절실하다.

가장 사회 구성의 기반이 되는 가족의 중심엔 남편이 있다. 자기발전만을 추구해서도 성공할 수 없다. 가족이 불행하면 그 사람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즉, 남편은 이 세상을 만들어가는 가장 소중한 가족이라는 직장의 주인인 것이다. 가족을 위해, 그리고 그 가족의 중심인 아내를 직장상사보다 더 소중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남편이라는 직업에 더 충실하자.

하기 싫어도 대화하고, 들어줘야 한다. 좋은 시절엔 귀찮고 힘들어도 가족과 시장도 가고, 여행도 자주가자. 출장은 가기 싫어도, 힘들고 적성에 안맞아도 가야만 하지 않는가? 남편이라면 낮에는 회사가 직장이고, 밤에는 집안을 직장으로 생각하자.

그만큼 우리 가족이 사는 집은 우리 남편들이 누리는 곳이 아니라 책임감과 의무가 있는 곳이다.

다만 큰 차이는 전자는 나의 에너지를 쏟는 곳이고, 후자는 우리가 발휘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공장임을 알아야 한다. 이곳에서도 권위적이고, 경쟁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본인은 물론 아내와 가족이 너무 애처롭지 않은가? 남성들에게 가장 소중한 직업은 바로 ‘남편’이다. 그렇다면 여성들에게서 아내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 답은 여성 독자분들게 질문으로 던진다.

다만 한가지 부탁을 드린다. 여성분들이여! 남편의 직업 정신을 더 발휘하게 하기 위해 예쁘고 편안한 가정을 만들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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