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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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젖은 바다일지라도 부디 그들을 잊지 말자. 꽃다운 아이들, 그 절명의 푸르른 꿈들은 한순간에 산산조각 났지만 그들을 기억하자. 먹먹한 가슴, 우리의 가슴도 잠겼다. 우리의 믿음도 잠겼다. 바다도, 어른도, 나라도 목 놓아 통곡한다.” 육친의 죽음은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천붕지통·天崩之痛)이나 그보다 더 비참하고 견디기 힘든 게 자식을 잃는 단장지애(斷腸之哀·창자가 끊어짐)다. 부모 주검은 땅에 묻고 자식의 주검은 가슴에 묻는 법이다. 하지만 묻고 또 묻은들 '참척(慘慽·참혹한 근심)'이 사라지겠는가. 산 자도 죽이는 아픔, 그 슬픔은 영원히 죽지 않는다.

▶소설가 박완서는 남편을 잃은 지 석 달 만에 스물다섯 외아들을 또 잃었다. 그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며 20일 동안이나 하나님에게 따졌다. "왜, 무엇 때문에 데려가셨소. 그 애가 무슨 죄가 있다고 그런 벌을 준단 말이오. 아이를 점지해줄 때는 언제이고, 이제 와서 허락 없이 빼앗는 것이오. 하느님이란 그럴 수도 있는 분이오? 사랑 그 자체라는 하느님이 그것밖에 안 되는 분이라니…. 차라리 없는 게 낫소. 아니 없는 것과 마찬가지오." 미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괴로움을 펜으로 적셨으나, 그 눈물은 죽는 날까지 마르지 않았다.

▶세월호가 침몰한 그 바다, 그 울돌목의 저 편 현장에서 이순신도 울부짖었다. 아들을 잃고 쓴 난중일기를 보면 '통곡(慟哭)'외엔 벼를 것이 없다. "간담이 떨려 목 놓아 통곡했다. 하늘이 이다지도 어질지 못한가?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다. 천지가 어둡고 저 태양이 빛을 잃는구나! 슬프다, 내 어린자식아.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갔느냐? 영특한 기상이 보통사람보다 뛰어났는데 하늘이 너를 머물게 하지 않는가? 밤 지내기가 1년처럼 길구나." 몸에 난 상처보다 마음에 생긴 상처가 더한 법이다. 게다가 아문 듯했다가도 수시로 도져 가슴을 후벼 파는 게 사별이다. 내가 만든 상처도 견디기 힘든데 하물며 내 의지와 무관하게 얻은 상처임에야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눈부시게 아름다워야 할 청춘들을 바다에 묻는다. 이제 대한민국 국민 전부가 상주(喪主)가 되어 수천(水天)을 떠도는 가여운 혼백들을 가슴에 묻는다. 이 기막힌 변고를 어찌할꼬. 나들이 한번 마음 놓고 할 수 없는 세상밖에 만들지 못했던 것에 대해 우리는 사과해야한다. 깊은 물 속 캄캄한 선실 안에 갇혀 "엄마, 내가 나중에 말 못할까봐 그러는데, 정말 사랑해요"라고 쓴 카톡 속의 목소리가 가슴을 친다. 우리는 지금 생몰의 카운터를 세며 지옥의 묵시록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게 눈물인가, 빗물인가.

나재필 편집부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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