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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보게나. 거방지게 웃어보게나. 설사 웃을 기분이 아니더라도 잠시라도 웃어보게나. 혹시 사랑에 빠졌다면, 그냥 사랑에 빠진 것이네. 그걸 부정하고 손사래 치는 건 정말 비겁한 짓이야. 그러니 실의에 빠지거나 불빛을 꺼버리지 말고 삶속으로 깊숙이 들어가게나. 삶이 뭐 별건가? 도돌이표 같은 하루하루는 잡아놔도 그놈은 그냥 도망친다네. 그러니 몸부림치지 마시게. 남이 보지 않아도 홀로 밭에 씨를 뿌리시게. 그냥 땀으로 꿈을 적시면 되는 것 아닌가. 그게 인생의 여행이네그려.”

▶여행은 집을 떠나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일상의 탈출이지만 일탈은 아니다.

왜냐하면 떠난 곳으로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속가(俗家)를 떠나는 출가(出家)가 아니라, 잠시잠깐 집을 비우는 가출(家出)이다.

말 설고, 낯설고, 길 설고, 물 설은 곳에서 돈 주고 사서 하는 고생이 여행이다. 그래서 여행은 끝으로 가지만, 끝이 아닌 시작인 셈이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면 당신은 어떤가. 두렵지 않은가. 우린 살면서 자신에게 악착같이 변명할 때가 있다.

이럴 땐 위로받고 싶어서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데 미련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를 위로할 권리가 있다. 자신을 위로하는 것은 응원이다. 생각해보라. 태어날 때도 벌거숭이, 떠날 때도 벌거숭이 아닌가. 그래서 이승과 저승은 영혼이 교감하는 슬픈 주파수다.

▶무작정 떠밀려서 쉬지 말고, 남이 떠밀 때 모른 척하고 쉬어라. 그래야 재충전이 된다. 잘 쉬고 잘 노는 것이 경쟁력이다. 떠나야한다고 생각할 때가 바로 떠날 때다.

여행은 다른 무엇인가를 보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낯선 곳에서 나를 바라보러 떠나는 것이다. 호사라고 하겠지만, 여행은 일종의 탈옥이다. '직장'이라는 현실에서 탈주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미쳐버릴 것이다. 굶었고 슬펐고 괴로웠기에 잠시 '현실'이라는 혹성과 작별해야 한다.

여행에서 만난 햇살은 기억으로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햇살의 온도를 간직하는 거다. 그러기에 여행은 '소유'가 아니라 눈길로 만지는 '비움'이다.

▶일에 지친 영장류들은 항상 엑소더스를 꿈꾼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살아야 하나. 그동안 무엇을 하며 살았는가.' 어디에도 물은 적이 없었지만 '자신'을 잊고 살았다는 걸 깨달으며 도망치는 것이다.

※여담(旅談)을 하자면, 이 글이 나갈 즈음 난 '혹성'에서 탈출해 지구 어느 편에서 여행을 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여행의 목적은 치유다. 'travel(여행)'이 고통·고난을 의미하듯 나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버리기' 위해 떠나왔다. 그 가여운 화두를 잡고, 이국의 낯선 두려움을 가슴으로 안는다.

나재필 편집부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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