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당선되자 ‘재검토’ 천명”
“정운찬·윤진식 충청인사 발탁”
“지역반발 예상 여론설득 작업”
“비효율적 계획 국가발전 낭비”
“충청권 “균형발전 묵살 심판”

▲ 2010년 3월 17일 청주 성안길 입구에서 열린 세종시 수정법안 국무회의 의결 규탄대회 모습. 충북경실련 제공

2010년 1월 11일 충청인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정운찬(68) 당시 국무총리는 이날 ‘세종시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발전방안’으로 포장됐지만 사실상 정부부처 세종시 이전 계획을 전면 철회하는 백지화방안이었다.

9부·2처·2청의 행정부처를 이전하기로 했던 원안 대신 대기업과 중견기업, 대학 등이 포함된 인구 50만의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를 건설하는 방안으로 수정됐다. 원안과 비교할 때 중앙행정기능을 없애고 주거용지 규모도 대폭 줄었다. 무엇보다 ‘수도기능 분산으로 국토 균형발전을 이끌어낸다’는 원안의 취지가 실종됐다.

사회 각계에서는 “국민을 위한 균형발전 대신 수도권 기득권 유지를 택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정부 부처를 옮기는 대신 기업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당근을 내밀었지만 충청권의 반발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 일로 정 전 총리는 충청인들로부터 ‘매향노’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충청지역 민심을 파악하기 위해 세종시 예정부지 인근 지역을 찾았다가 지역 주민들에게 ‘계란세례’를 받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수도 이전에 알레르기에 가까울 정도의 거부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장 재임 당시 “군대라도 동원해 막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세종특별자치시 건설을 재검토하겠다고 천명하고 나섰다. 충청권의 반발이 예상되자 충청 출신 인사를 발탁해 지역 여론을 설득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대표적인 인물이 정 전 총리와 윤진식(68·새누리) 국회의원이다. 충남 공주 출신의 정 전 총리는 충남권에서 여론전을 펼쳤고 충북 충주 출신의 윤 의원은 충북 민심을 돌리기 위해 분주했다.

윤 의원은 2010년 1월 29일 청주에서 열린 지식인자유포럼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세종시 당초 계획은 수도 분할인데 이는 전 세계에서 나타나지 않는 비효율·비효과적 계획으로 국가 발전에 낭비적이고, 치명적인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이틀 뒤인 31일 행정도시무산저지충북비상대책위원회는 “이명박 정권의 행정도시 백지화를 위한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에 따라 차출된 인사의 말을 믿을 수 없다”며 “고향에 와서 궤변을 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설득해 행정도시 원안을 추진하는 데 앞장서는 게 고향을 위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충청권에서는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분권, 분산을 통한 균형발전 요구를 묵살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반드시 심판하겠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실제로 여권은 충북지사, 청주시장, 청원군수 등 핵심 지자체장 선거에서 전패했다.

선거 결과로 민심을 확인한 국회는 같은 해 6월 29일 ‘세종시 수정안’을 부결한다. 윤 의원은 수정안 부결을 한달 앞두고, 정 전 총리는 수정안이 부결되고 한달 후에 각각 대통령정책실장과 총리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용민 기자 lympu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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