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정종인 충북도 경제협력관

가계에서 일상생활을 꾸려나가기 위해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측정하기 위한 것이 바로 소비자물가지수다. 물가지수는 물가의 움직임을 한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기준시점의 물가수준을 100으로 해서 지수의 형태로 나타낸 것이다.

지난해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기대비 1.3% 상승에 그쳐 최근 5년중 가장 안정된 추세를 보였다. 그런데도 여전히 소비자들은 피부물가가 높다고 말한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주부들은 시장바구니에서 직장인은 점심 값과 교통비에서 물가의 움직임을 피부로 느낀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피부물가의 상승률보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물가지수의 상승률이 낮다고 느낀다. 이런 현상은 일종의 착시현상인 경우가 많다.

소비자물가와 피부물가의 차이가 나는 원인을 보자. 첫째로, 개인마다 소비하는 상품과 서비스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가 여러 상품가격을 종합한 평균적인 물가수준인데 비해 피부물가는 개인이 상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주관적으로 느끼는 물가이므로 자주 구입하는 몇몇 품목의 가격변동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예를 들어 어떤 시점에서 대학등록금이 많이 올랐지만 전자제품가격이 하락해 전체 소비자물가는 변동하지 않았다고 하자. 이때 피부물가를 기준으로 보면 대학생 자녀를 둔 가정은 교육비 부담의 증가로 물가가 상당히 올랐다고 느낀 반면 전자제품을 구입하는 가정은 물가가 내렸다고 느낄 것이다.

둘째로, 생활수준의 향상이나 가족 구성원의 변동에 따른 소비지출 증가를 물가상승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소득이 늘어나 냉장고를 대형으로 바꾸고 자동차도 새로 구입했는데, 이때 전자제품 구입비, 자동차 보험료, 기름값 등의 지출이 늘어난 것을 물가가 올랐다고 생각하거나 자녀수의 증가 또는 자녀의 성장에 따라 식비 의류비 등 생활비가 늘어난 것을 물가가 오른 것으로 느낄 수 있다.

셋째로, 소비자의 자기중심적 심리도 있다. 소비자는 가격이 떨어지거나 적게 오른 상품보다는 가격이 많이 오른 상품을 중심으로 물가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가격의 비교시점도 과거 기억에 의존해 가장 낮았던 시점의 가격을 기준으로 물가를 비교하기 때문에 차이가 날 수 있다.

넷째로, 물가지수 작성방법의 한계도 차이 발생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 물가지수는 5년마다 기준년을 개편하고 조사대상품목과 이들 품목 가중치를 조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준년에서 멀어질수록 소비지출구조가 바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차이가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교통통신비 비중이 작았으나 최근 들어 휴대폰 보급 확대로 그 비중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의 충북물가를 돌아보자. 전국 평균 소비자물가지수의 전년동기대비 상승률은 1~3월중 1.1%이고 충북도 1.2%로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그렇지만 3월중 충북 소비자물가지수상승률은 1.5%로 전국(1.3%)보다 다소 높은 편이다. 특히 식품과 전월세를 포함한 생활물가지수가 1.4%로 전국(0.8%)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처럼 물가가 전국평균보다 높다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이는데 있어 바람직하지 않기에 물가를 낮출 수 있는 노력이 지자체와 도민들에게 모두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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