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최승훈 한국한의학연구원 원장

한의학은 반만년에 걸쳐 우리 민족과 동고동락해 온 전통의과학 지식재산이다. 그러나 2012년 기준 158조원 규모로 성장한 세계 전통의학 시장에서 한의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4% 정도로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국내 한의약 산업이 부진한 원인으로는 관련 법과 제도의 미비, 국가적인 투자의 부족, 산업기반의 취약 등 다양하지만, 근원적으로는 국내 한의약 분야의 산업 경쟁력이 부족한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시장 경쟁 체제에서 산업의 주체는 기업인데, 아쉽게도 국내 한의약 관련 기업의 경쟁력은 대단히 취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역량은 대기업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제조업에서 중소기업의 비율은 90% 이상이지만, 생산이나 부가가치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틈만나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의약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한의약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산업의 혁신 주체인 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 기업 경쟁력의 원천은 기술혁신인데, 국내 한의약 산업에서의 기술혁신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체계적인 R&D와 이를 활용한 사업화 시스템은 요원한 숙제이다.

이런 현실에서 최근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는 과학기술을 통한 국정과제 실현을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의료 산업을 미래 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기로 하고 제약이나 의료기기, 양·한방 융합 분야에 대한 R&D 투자를 가시화하고 있으며 한의약의 세계화 사업을 추진하는 등 활발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가운데 주의해야 할 대목은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이다. 열악한 한의약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관련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

특히 산학연과 지역의 연계를 통한 창조산업 생태계 육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학의 지속적인 우수인재 공급, 연구기관의 핵심 R&D 역량 투입, 그리고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와의 긴밀한 연계는 한의약 분야 생태계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다.

한의학 분야 유일의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도 중소기업지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지원단 설치를 통해 산재한 지원활동을 체계화했으며 기업 수요 중심의 기술지원을 강화했다.

개방형 R&D 워크스테이션, 통합지원 웹서비스(yesme.kiom.re.kr) 등 기업지원 인프라를 새롭게 구축했으며, 내달에는 산업현장 밀착형 기술지원을 수행하는 ‘기술 나눔 멘토’ 활동도 추진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지원단은 열악한 한방산업에 대한 현장 맞춤형 지원을 통해 애로사항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나아가 산학연 기술협력 생태계 조성을 통해 한의약 관련 중소기업 지원거점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현 정부에서는 중소기업의 발전적인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임무 재정립 과정에서도 각 출연연에게 실질적이고도 강도 있는 계획 수립을 요청한 바 있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출연연에 거는 국민적 기대와 함께 근본적인 변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제 출연연의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시대적인 사명이 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한의약산업 생태계도 건강하게 구축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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