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세 번 결혼하는 여자’ 오은수 역 열연
“2011년 ‘비밀결혼·이혼소송’ 공개돼 상처
스스로 편견 깨고 싶어 연기로 정면돌파
순탄한 인생보다 굴곡 겪을수록 연기 도움”

? ?
?
? ? ?
?

이지아는 생각보다 밝았다. 또 생각보다 많이 긴장하고 있었다. 지난달 말 SBS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가 끝나고 2주 만에 인터뷰에 나선 그를 14일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났다.

매회를 다 챙겨봤지만 마지막회는 차마 볼 수 없어서 일부러 약속을 잡고 나가 술을 마셨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연기 지도를 해줬던 배우 김해숙에게 전화를 걸어 이야기하다 펑펑 울었단다.

아직도 마지막 방송은 보지 못했다며 "이게 무슨 마음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긴장한 건 너무 오랜만이어서 그렇다고 했다.

"행사장에 잘 안 갔는데 최근에 서울패션위크에 다녀왔어요. 포토월에 섰는데 사진 기자가 너무 많고 한꺼번에 터지는 플래시에 당황했어요.

그래도 '쿨'한 척 포즈를 잡고 서 있었죠. 그런데 저쪽에서 '이쪽 좀 봐주세요' 하는데 다리가 떨려서 움직여지질 않는 거에요.

나가는 방향도 틀리고 계속 실수했는데 나중에 보니 사진은 '쿨'하게 잘 나왔더라고요. 전 혼미한 상태였는데 사진 보고 제가 놀랐어요." 그는 대작 드라마 '태양사신기'(2007)에서 톱스타 배용준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연기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베토벤 바이러스'(2008), '스타일'(2009), '아테나:전쟁의 여신'(2010)까지 김명민, 김혜수, 차승원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주연 배우로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2011년 초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때 즈음 세상을 들썩이게 한 비밀 결혼과 이혼, 소송 사실이 갑작스럽게 알려졌고, 그해 말 드라마 '나도, 꽃'으로 복귀했지만 제작발표회 이외의 인터뷰는 피했었다.

"공격도 많이 받고 상처가 있다 보니 주눅이 들어 있었다"던 그가 오랜 공백 끝에 선택한 작품이 김수현 작가의 '세 번 결혼하는 여자'라고 했을 때, 그 선택이 쉽지 않았을 거라는 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도 "세 번이나 결혼한다는데 쉬울 수가 없었죠"라며 웃었다. "부담되고 겁도 났어요. 선생님 작품은 힘들기로 유명하고 기대치도 높아서 거기서 잘해내면 충분히 인정받겠지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죠. 선생님 작품 특유의 말투와 연기가 처음부터 익숙한 사람은 없겠지만 전 그동안 워낙 트렌디한 드라마만 해서 더 힘들었어요."

그는 첫 대본 연습 날 "그때 당황해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 자리에 계셨던 분이 전해준 말씀으로는 제가 그렇게 지적받고 혼나면서도 캐릭터의 감정에 대해서 계속 질문을 했대요. 그게 전혀 주눅이 들어 보이지 않아서 제가 하겠구나 하셨다고요."

그는 "본의 아니게 공백이 길어졌고 급한 마음에 다른 작품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이 없었다"며 기구한 운명의 여자 오은수를 택한 건 김수현 작가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이 오은수와 저를 연관지어 볼 수도 있을 테니 당연히 부담스러웠죠. 고민도 많이 했고 정말 큰 용기가 필요했어요. 하지만 저 스스로 틀을 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은 외국처럼 연기를 연기로만 보지 않는 게 있고, 나 또한 그런 시선을 두려워하는 것도 편견이잖아요. 그런 걸 신경 쓰는 게 배우로서 옳은 걸까…. 김수현 선생님의 작품을 하면 정말 많이 배우고 얻어갈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고, 그게 가장 큰 이유였어요."

'굳이 거짓말을 하려고 한 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여자로서 지키고 싶었던' 일들이 세상에 까발려졌을 때, 그는 많이 힘들었고 "시간이 지나도 무뎌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자신에 대한 관심과 시선이 너무 자극적인 것들이어서 '나는 유난히 힘들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그 관심이 조금만 좋은 거였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참으로 소박한 바람을 밝히며 또 웃었다.

두 명의 아이를 낳고 두 번의 이혼을 한 뒤 결국 자신으로 돌아가는 오은수를 연기하면서 이지아 역시 '비밀에 싸인 신인 배우', '재주 많은 스타'가 아닌 '배우 이지아'의 자리를 찾았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