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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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률을 대학평가의 중요한 지표로 삼는 교육부의 고육지책이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지금의 평가 척도와 방식 그리고 개별 대학의 특성, 졸업생 개개인의 인생설계를 도외시하고 진학, 입대자를 제외한 졸업생 전원을 취업대상으로 삼는 조치는 합리적이지 않다. 대학을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에 취직하여 사회활동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로라지만 모든 학생의 취업 의무화는 원천적인 모순을 내포한다.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국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낼 법도 하다.

이런 강제조항 앞에서는 편법 등이 동원되기 마련이어서 전국 거의 모든 대학이 취업률을 올리기 위한 갖가지 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취업대상인 졸업생수, 즉 분모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도 애를 쓰는데 교육과 연구, 사회봉사에 충실해야 할 대학들의 이런 불필요한 경쟁과 낭비는 결코 유익하지 않은 소모적인 제살깎기 자충수에 다름 아니다.

일흔이 훨씬 넘은 고령 졸업자도 취업대상자에 포함시키는가 하면 해외 어학연수나 취업준비생 역시 미취업자로 간주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영농에 종사할 수 있고 소규모 가업을 승계하는가 하면 최소의 경제적 수입으로 책을 읽으며 사색하고 유유자적 삶을 즐길 권리도 있으련만 이런 선택의 기회조차 원천봉쇄 해버리는 나라가 그리 흔하겠는가. 하기야 대만 같은 곳에서도 취업열기는 드높아 건물 전체가 취업학원<사진>으로 쓰이는 세상이긴 하다. 그러나 취업률로 대학을 평가하고 국책사업 선정, 재정지원 제한 등의 잣대로 사용하기 보다는 이미 오래전 무한경쟁에 접어든 대학 간 자율경쟁에 맡겨두는 것이 효과적이겠다. 교육소비자들이 먼저 알고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는 가운데 적자생존과 도태의 구도는 정착될 것이기 때문이다.

<논설위원·한남대 문과대 학장·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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