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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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30대 대통령 캘빈 쿨리지 부부가 농장을 방문했다. 영부인이 닭장 앞을 지나다가 수탉이 암탉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하는 모습을 보고 "하루 몇 번이나 짝짓기를 하느냐"고 물었다. 농장주인은 대수롭지 않게 "열댓 번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영부인은 묘한 웃음을 지으며 "대통령에게 그 말 좀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수탉 사건을 전해들은 대통령은 "늘 같은 암탉하고 거시기를 하느냐"고 농장주에게 되물었다. 농장주가 "매번 암탉이 바뀐다"고 답하자 대통령이 호기 있게 말했다. "아내에게 그 말 좀 전해주겠소?"

▶'쿨리지 효과'는 수컷(남자)이 새로운 암컷(여성)을 만나면 성적 자극을 느끼는 것이다. 이십 몇 년간 아껴온 동정(童貞)을 기꺼이 바쳤을 때 그것은 '설렘'에게 바치는 것이고, 이십 몇 년간 지켜온 '순정'을 바치는 것은 '익숙함'에게 바치는 것이다. 미국영화 '40살까지 못해본 남자'에서 주인공은 첫날밤을 손꼽아 기다린다. 하지만 20대부터 달아오른 말초신경이 본인보다 더 흥분했고 순식간에 사정을 하고 만다. 여자는 곧바로 '이게 뭐야'라는 식의 불편한 표정을 짓는다. 차라리 내숭을 떨거나 숙맥인 척 하는 게 예뻤을 텐데…. 남자는 급행열차이고 여자는 완행열차다. 그래서 여자는 노을 지는 해변의 테라스에서 문을 열지만, 남자는 냄새나는 여인숙 골방에서도 지퍼를 연다. 여자는 무드, 남자는 누드다.

▶단어들 앞에 '첫 자'를 붙이면 그 의미는 곧 잠 못 이루는 장중한 설렘이 된다. 하지만 그 '첫'자를 떼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익숙해진다. 반복해서 보기 때문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또한 익숙하기 때문에 잘 안다고 착각한다. 지식착각(Illusion of Knowledge)이다. 자주 보면 익숙해지고, 호감도가 높아지지만 반대로 설렘의 수치는 격하한다. 여자가 유부녀가 되면서, 남자가 유부남이 되면서, 여자가 아줌마가 되면서, 남자가 아저씨가 되면서 설렘은 익숙함으로 변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닮아간다. 인상도, 식성도, 취미도 닮아가고 심지어 지병까지 닮아간다. 무서운 복제다.

▶눈에 뵈는 게 없도록 사랑해도 그 유효기간은 18개월, 길어봤자 2년이라고 한다. 설렘은 닳기 전이고, 익숙함은 이미 닳은 것이다. 설렘은 망설여지는 것이고, 익숙함은 망가지는 것이다. 유부녀들은 문을 열어놓고 천연덕스럽게 볼일을 보고, 유부남은 궁둥이를 깐 채 방귀를 뿡뿡 뀐다. 이는 익숙함도 설렘도 아니다. 그냥 소중한 그 ‘무언가’를 잃어가는 것이다. 매력과 호기심이 사라지고 ‘끌림’이 소멸되는 것이다. 결혼은 서로 마주보는 게 아니라 둘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한다. '익숙함'을 버리고 '설렘'으로 다시 시작하는 건 어떨까. 처음처럼^-^

나재필 편집부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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