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 윤리가 무너지고 있다.

청소년은 물론 가정 주부와 대학생, 직장 여성들까지 매매춘에 빠져들면서 금기(禁忌)의 벽이 허물어진 지 이미 오래다.

숱한 여성들이 눈앞에 보이는 돈을 쫓아 죄책감과 자존심을 뒤로 한 채 돈의 노예가 되고 있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 매매춘은 사회 깊숙히 파고들었다.

9일 취재차 만난 여고생은 모자란 용돈과 유흥비를 벌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가끔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스스럼없이 그동안 겪었던 일들을 털어놓았다.

처음엔 망설임과 두려움이 발길을 잡았지만 한 두차례 횟수가 늘수록 가슴 한 구석에 남아 있던 죄책감과 치욕은 사라졌고 이젠 매매춘이 생활의 일부분이 됐다는 이 여고생의 충격적인 경험담에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함께 잘못된 성 문화 확산이 가져 온 재앙의 시작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저지른 행동이 인생을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이들도 알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싶었지만 그런 생각이 들기에는 이들의 행동이 너무 당당하면서도 태연했고 경험담을 듣는 동안 씁쓸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이들을 이렇게까지 망가뜨린 것은 잘못된 의식 자체도 문제겠지만 그것보다는 사회적 무관심과 기성세대들의 기형적인 행동이 타락의 길로 밀어넣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에 너무나 무관심하며 자신의 가족과 주변에서는 그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굳게 믿으며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의식을 달리해 조금만 관심을 갖고 주위를 둘러본다면 무관심한 사회에서 내쳐져 잘못된 길에서 헤매고 있는 이웃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고 손가락질을 하기 전에 자신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정화를 위해 노력해왔는지 자숙할 때다.

잘못된 곳을 꼬집어 상처를 내기 보다는 흉터가 남지 않고 상처가 잘 아물수 있도록 치료하고 보듬어주며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몫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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