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본부 美학회지 논문 게재
검역당국 철새유입론은 희박
검사샘플 1% 미만…신뢰하락
서상희 충남대 수의과대 교수
"국내서 유전자 재조합 추정"

<속보> = 국내 확산이 멈추지 않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원인과 관련 ‘철새 유입론’이 아닌 ‘국내 발생론’에 무게가 실리는 자료가 공개됐다. <2월 11·13일자 1면>

또 검역당국이 철새 유입론 근거로 국내 가금류를 대상으로 AI 감염 여부에 대한 상시예찰을 실시해 바이러스가 검출된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올해 AI가 처음 발생한 전북 고창의 종오리 농가에서는 검사 샘플 비율이 전체의 1%에도 못 미친 것으로 드러나 검사의 신뢰도가 낮다는 지적이다.

지난 14일 공개된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학회지(Emerging Infectious Disease)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유전자 검사 결과 분류상 H5N8형 바이러스지만 유전자 상의 차이로 ‘고창주’와 ‘부안주’ 등 2개주로 나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고창주’는 지난 1월 16일 전북 고창에서 발생한 H5N8형으로 중국 장수성의 H5N8형과 중국 장시의 H11N9이 재조합된 것으로 추정됐다. 또 ‘부안주’는 전북 부안 등에서 발생한 H5N8형으로 중국 장수성의 H5N8형과 중국 동부의 H5N2의 재조합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하나가 아닌 두 종류의 H5N8형 바이러스가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국내에서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AI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AI 분야 연구 권위자로 꼽히는 서상희 충남대 독감바이러스연구소장(수의과대학 교수)은 “‘고창주’와 ‘부안주’는 분류상 H5N8형 바이러스지만 동일 바이러스 여부에 대한 판별과 분석을 위한 전체 8개 유전자 중 5개는 완전히 다르고 나머지 3개도 유사하지만 차이가 있어 실질적으로는 다른 바이러스라고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소장은 특히 “2개의 H5N8형 바이러스 모두 유전자 분석 내용을 보면 그동안 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는 것으로 사실상 세계 최초”라며 “역학적으로 2개의 다른 바이러스가 동시에 발생했다는 것 자체도 이례적으로 국내에서 유전자 재조합 등을 통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검역 당국이 이번에 발생한 AI 발생 원인에 대해 야생 조류 유입론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국내 가금류 등에 대한 AI 상시예찰 검사결과도 조사 샘플 수가 현저하게 적어 조사의 신뢰도가 낮다는 지적이다.

전북축산위생연구소가 AI 최초 발생지인 고창 종오리 농가에 대한 2013년도 검사 현황을 보면 전체 2만 1000여 마리를 대상으로 분기별로 4회로 나눠 검사를 진행했다.

이 중 혈청 검사는 시료건수가 연간 780건에 불과해 이를 4회로 나누면 195건으로 매 번 조사 샘플 비율이 전체 종오리의 0.92%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분변 검사는 연간 106건으로 조사 샘플 비율이 전체 종오리 중 0.63%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1%에도 미치지 않는 낮은 조사 비율을 근거로 해당 농장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추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 소장은 “바이러스 유형과 유전자 조합 여부에 따라 바이러스의 전파력과 잠복기간, 이종간 전염 여부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AI 바이러스 샘플을 공개하고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한 공동 연구 및 조사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검사한 결과 H5N8형은 한번도 발견되지 않았고 현재까지 유전자 검사결과 중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입장이다.

김일순 기자 ra11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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