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이상윤 대전사랑시민협의회 회장

최정신(가명) 부부는 해비타트의 가족회원이다. 결혼한 지 7년 만에 얻은 아들을 행복한 아이로 키우자고 약속했다. 그 행복은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다.

가진 것에 만족하며, 나눌 줄 아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최 씨 부부가 생각하는 행복이다. 그래서 이 부부는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 ‘나눔’을 선택했다. 물질적인 행복에는 한계가 있지만 나눔의 행복에는 항상 기쁨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건축가의 꿈을 가진 아들은 해비타트 봉사활동을 하면서 세상을 행복하게 변화시켜가는 꿈을 키웠다.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면 가난한 친구들과 가족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고 싶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보고 익혀 온 나눔의 봉사가 자신의 꿈을 이웃 사랑으로 이어가게 만든 것이다. 최 씨 아들은 자신이 지은 집에서 행복해 할 누군가를 생각하면 행복하다고 했다.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의 꿈을 키워나간 것이다.

봉사단체에서 활동해온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의 비법이 바로 ‘나눔’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자녀들에게 나눔의 기회를 제공한다. 아이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봉사활동에 가족 혹은 개인적으로 참여한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자녀들이 장래 꿈을 나눔과 연계, 꿈을 스스로 키워가도록 양육하는 부부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봉사하면 그 대상이 가족이 아닌 이웃을 먼저 생각한다. 봉사를 해야 하는 장소도 가정 밖의 장소를 떠 올린다. 가장인 아버지가 집안일 좀 하면 엄마를 도왔다고 한다. 자녀들도 집에서 어떤 일을 하면 엄마나 동생을 도왔다고 하지 봉사했다고 하지 않는다. 넓은 의미로 보면, 가정에서 가족들을 위해 한 일들도 봉사라 할 수 있다. 이웃을 위해 무언가를 나누면 봉사이고 가족들을 위해서 일하면 봉사가 아니라면 봉사에는 가족은 없고, 이웃만 있어야 성립하는 것이 된다.

나눔의 봉사에는 언제나 행복이 있고 큰 기쁨이 있다. 이러한 ‘나눔 기쁨’이 가정에서도 이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정에서 돕는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이제는 봉사한다는 의미로 시각을 바꿨으면 한다.

집안에서 가족들을 위해 각자 자기 나름대로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봉사한다는 맘으로 봉사했으면 한다. 이러한 집안 봉사는 가장인 아버지가 먼저 엄마를 위한 봉사로 시작했으면 한다. 이러한 가정 내에서 가족들을 위한 봉사는 자녀들에게는 나눔의 기회를 제공하고, 자녀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될 것이다.

요즘 가정에서 남편이 아내를 위해 요리를 하거나 식사 후 설거지를 하거나 가족을 위해 밥을 하며 밥상을 차리는 일, 집안 쓰레기를 분리수거해 버리는 일, 집안을 청소하거나 세탁기의 빨래를 햇볓에 너는 일, 자녀들 학교 등교 준비를 돕는 등 엄마 혼자서 하던 일을 모두 나눌 순 없어도 일부만이라도 봉사하는 마음으로 나눈다면, 부부의 갈등이 많이 줄어들어 행복한 부부, 행복한 가정으로 바뀔 것이다.

이러한 바람이 젊은 층 부부들 가정에서 불고 있다고 한다. 이혼율이 높아가고 가정이 피괴돼가는 현실에서, 미래를 향해 바라볼 수 있는 깃발이 있어 신선하다.

가정에서 아이들이 부모한테 보고 배울 것이 없고 가정교육이 이미 사라졌다고 염려하는 요즘, 집안일 봉사는 이를 보면서 성장하는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장이 될 것이다. 함께 나누는 것을 먼저 생각하는 좋은 사람들이 많아지는 행복한 세상을 가정에서부터 만들어 갈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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