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룡시 태평촌 김호·이선봉씨 부부 가족

중국 화룡시 태평촌에 살고 있는 김호(49)·이선봉(45)씨 부부는 오갈 데 없는 8명의 아이를 입양, '피보다 진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 82년 백년언약을 맺은 이들은 10년 넘게 과수원을 운영하며 넉넉한 살림을 꾸리게 됐다. 하지만 이들은 결코 혼자 욕심만 채우지 않았다.

오누이를 둔 김씨 부부의 여덟 아이 입양은 지난 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연히 병문안을 갔다가 자동차 사고로 입원한 한 여성의 어린 두 딸이 가엾어 집에 데려다 3년 넘게 키우게 된 것이 시작이다.

'천사' 같은 김씨 부부지만 이들에게 행운만 따르는 것은 아니었다. 소 사육을 시작했다가 실패하는 바람에 겨우 집 한 채만을 남기게 됐다. 400여평 되는 집이라지만 자금 때문에 시설은 형편없었다.

당시 제 식구 살기에도 빠듯한 살림이었으나 김씨 부부는 3살 때 어머니의 버림을 받고 장애아가 된 미란(18)양과 가스중독으로 부모를 잃은 천일(15)군, 알코올 중독자인 홀아버지 밑에서 부모사랑을 모르고 살아온 충국(15)군까지 총 6명의 아이를 더 데려온다.

이렇게 김씨 부부의 집에는 아들 다섯(현일·철범·천일·충국·경일)과 딸 셋(미란·매화·은화)이 더 생겼다.?

"때론 후회되기도 해요. '왜 이런 고생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아무 근심 없이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 '나까지 불쌍한 애들을 버리면 어쩌나. 고생스러워도 참자'는 생각이 들어요."

김씨 부부는 아이들이 들어온 후 손톱만큼도 친딸 일화를 더 챙겨준 적이 없다. "엄마는 딸이 불쌍하지도 않느냐"며 투정을 부리던 일화를 보며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지만 눈물을 삼키고 어린 딸을 이해시키기 시작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정이 들어선지 이제 아이들은 싸움 한번 하지 않고 먹을 것이 있으면 나누며 친형제보다 더 끔찍이 서로를 위한다.

하루 세끼 뜨끈뜨끈한 밥해 주랴, 입맛에 맞는 반찬 올리랴… 빨래에 집안 청소까지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 고된 일과 때문인지 김씨는 고혈압으로, 아내 이씨는 심장병으로 얼굴이 퉁퉁 부었지만 "아이들이 누굴 믿고 사는데요"라며 용케도 견뎌 낸다.

한 달에 먹는 쌀만 300㎏이 드는데 이선봉씨는 항상 "우리 경일이, 우리 충국이, 우리 미란이"하면서 '우리'라는 말을 뺀 적이 없었다.

이씨는 "이게 팔자인가"라며 "아이들이 한 상에 빙 둘러 밥을 먹는 모습을 볼 때면 그보다 흐뭇하고 마음이 든든할 때가 없다"고 전했다.그는 "병 없이, 사고 없이, 공부를 열심히 하면 아무 것도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영하 20도의 매서운 한겨울 추위지만 이 가족의 끈끈한 사랑에 마음은 여느 때보다 후더웠다.

?<이선애(李善愛) 기자 연변 라지오TV 신문사 >
?<정리=權度延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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