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문경원 대전발전연구원 도시재생지원센터장

지난해 8월 프랑스 보 쉬르 센에 있는 고암 이응노 화백의 저택을 방문해 머문 적이 있다. 높은 산등성이에 위치한 고암 자택에서는 센강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유럽에서 유일하다는 한옥의 기와가 가지런히 만들어낸 처마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센강의 모습은 프랑스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아름다운 자태로 다가왔다. 고암 저택에 머무는 동안 고암의 다양한 생전 모습을 접할 수 있었다. 예술을 비롯 생활 전반에 골고루 스며들어 있는 고암의 자취는 감동과 존경을 넘어서는 경외감을 안겨 주었다. 고암의 사후에도 이러한 품격과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미망인 박인경 이응노미술관 명예관장의 헌신적인 내조와 노력의 결실이다.

그러나 고암 저택에서 간혹 훼손 상태가 심한 작품을 접하곤 했다. 유족을 중심으로 한 개인적인 차원에서 남아 있는 고암 작품을 관리하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 느껴져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고암의 예술혼과 유작이 제대로 계승되고 보존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차원에서 인력과 재정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우선 훼손 작품들을 하루라도 빨리 서둘러 복원하고, 미처 정리되지 못한 작품과 유품에 대한 조사 분류를 마무리해 고암의 예술 성과와 문화적 가치를 재평가하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문화예술 부문의 명품 한류를 유럽에 전파하는 전진기지를 만든다는 차원에서 고암에 대한 위상은 중요하다. 국가적 차원에서 볼 때 신 한류의 명품화는 K-Pop에서 K-Culture로의 질적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고암의 문화유산을 활용한다는 것은 프랑스에서 한국문화의 위상을 강화해 문화융성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2007년 대전에 개관한 이응노미술관은 문화융합과 지역사회를 통합하는 고암 문화유산의 상징이다. 또 2012년 창립된 재단법인 대전고암미술문화재단은 문화융성을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의 원동력이다. 이응노미술관과 고암미술문화재단은 고암의 위상을 제고시켜 나가는 거점이면서 세계에 부각될 수 있는 대전의 문화예술축제를 만드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청사진이 펼쳐지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실천계획을 수립하고 비즈니스 관점에서 전문 인력과 조직을 구성해 업무권한을 부여하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2년 후인 2016년은 한불수교 130주년이다. 고암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활용함으로써 얻어지는 기대효과는 매우 크다. 무엇보다도 세계 문화의 중심인 프랑스를 거점으로 한류의 세계화를 위한 전진기지를 구축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특히 고암 이응노라는 세계적인 인물을 통해 지역과 국가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 대한 세계적인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 또 품격이 높은 신 한류의 형성을 주도해 문화예술을 활용한 융복합형 산업화를 추진함으로써 해외 한국유산에 대한 관심과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후원 분위기를 촉진하게 된다.

고암이 남긴 소중한 문화유산은 고부가가치와 고품격을 기반으로 한 문화융성 시대의 창조경제를 이끄는 밑거름이다. 대전시가 고암의 문화유산을 세계화 사업에 주도적으로 활용한다면 문화홍보를 통한 한류 3.0을 실현하고, 나아가 국가 이미지를 상승시키는 새로운 차원의 코리아 프리미엄(Korea Premium)을 창출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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