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자생하고 있는 헛개나무를 비롯해 가시오가피나무 등 약재목(藥材木)들이 채취꾼들에 의해 마구잡이로 잘려 나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이들 희귀식물이 간이나 정력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주민들은 물론 전문 채취꾼까지 가세해 산림 황폐화를 부추기고 있다. 서둘러 보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이들 종(種)이 멸종될 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

보령지역의 경우 희귀식물 자생지인 성주, 미산, 청라면 등지에 2∼3명씩 짝을 이룬 채취꾼들이 낫과 톱을 이용해 약용나무를 자르거나 심지어 뿌리까지 통째로 뽑아가고 있다는 보도다. 몸에만 좋다면 어떤 일이든 저지를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이 산림환경 훼손과 희귀식물의 멸종 위기를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야생식물의 수난은 따지고 보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고로쇠나무의 수액이 신경통과 위장병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칠갑산 등지에 자생하는 고로쇠나무들이 엄청난 수난을 겪기도 했다. 안면도의 야생란이 육지로 무분별하게 반입돼 한때 멸종 위기를 불러 왔었다. 그런가하면 서천 동백정의 수십년 된 동백나무가 불법 채취꾼들에 의해 훼손당하기도 했다. 식물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이 있을 만한 곳이면 어김없이 널려 있는 게 올무, 덫 등 밀렵도구다. 단속 법규에도 불구하고 단속이 느슨해 개탄스러울 뿐이다.

야생동식물의 이 같은 수난은 궁극적으로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많은 희귀식물들이 외국에 유출돼 오히려 역도입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정에 처했을 정도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특용작물과 원예작물 등 1484점을 세계 각국의 연구기관으로부터 역도입하려 하고 있으나 이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국내에 없는 토종을 확보하기 위해 외국의 연구기관에 구걸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막대한 로열티를 지급해야 함은 물론이다.

국내의 식물보전대책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얼마만큼 식물자원이 유출됐는지조차 파악이 안되고 있다. 특히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우리의 재래작물 품종이 지난 15년 사이에 무려 74%나 사라졌다니 이대로 가다간 얼마 안가 흔한 식물조차도 박물관에서야 마주할 수 있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희귀식물의 무차별 채취를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이제부터라도 강력한 단속을 펼쳐 줄 것을 주문한다. 약용 목적이라 해도 무분별한 채취는 제동을 걸어야 마땅하다. 차제에 희귀종 보호를 위한 관련법 손질도 검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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