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손남수 대전국세청 세원분석국장

차가운 바람이 귓전에 맴도는 연말이 되면 각자의 위치에서 챙겨야 할 일이 많다. 사업을 하는 자영업자는 지난 한 해를 뒤돌아보며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하고, 학생들은 진로에 대한 고민에 진지해지게 마련이다.

특히 연말에 바빠지기는 샐러리맨도 뻬 놓을 순 없을 것 같다. 지난 1년간 벌어들인 소득에 대한 세금을 마무리하는 연말정산이란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직장인들이 벌이들인 소득에 대한 세금을 매월 일정금액을 추산하여 월급에서 징수하여 원천징수한 후,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봉급에 대한 세금을 정산하여 매달 징수한 세액이 많은 경우는 환급해 주고 적게 징수한 경우는 차액을 추가로 징수하게 되는 절차를 '연말정산'이라 한다. 이것저것 자료를 챙겨 세금을 환급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13월의 보너스'라고 하면서 내심 연말정산 시즌을 기다린다.

지금이야 증빙을 직접 수집하러 다니는 수고는 덜었지만 각종 비용을 지출한 것을 공제하기 위해 자료를 챙기다 보면 병고로 입원해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던 일, 작지만 보람 있는 일을 위해 어려운 살림에 선뜻 기부한 흔적, 대학생 자녀의 학자금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시간들 속으로 빠져들어 삶의 궤적을 새록새록 떠올려 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봉급생활자가 연말정산이란 절차를 통해 그 해에 부담할 세금을 총 정리하는 것과 같이 1년을 마무리 하는 한 해의 끝자락에서 우리네 인생을 뒤돌아보는 짧은 시간이라도 가져보면서 '인생의 연말정산'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본다.

연초에 세운 계획을 뒤돌아보며 '책은 읽었는가', '건강을 위한 투자는 흡족한가', '화목한 가정을 위한 노력은 있었는가', '나 보다 가족을 위해 무엇을 했나’, '노후대책을 위한 나름의 준비는 흡족한가'를 생각해 보며, 더 나은 내일을 기약하고 아름다웠던 시간들을 추억하는 계기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깊어가는 겨울, 가는 세월 아쉬움에 우정을 핑계 삼아 기울이던 술잔에 취하여 지난 시간을 잊으려 하기 보단 사색의 끈을 붙잡고 가는 시간 언저리에서 나지막한 독백으로 '네가 있어 행복했고, 너로 인해 삶의 고단함을 잊을 수 있었노라'고 읊조리며 가는 세월의 흔적을 기리며 반추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늘 생각하며 뒤돌아보는 여유까지 기대할 수는 없지만 한 해의 마지막 순간만은 놓치지 말고 얽히고 설켰던 응어리도 풀어가면서 짧은 순간의 깨달음을 얻는다면 이를 통해 우리네 삶은 윤택해지고 사랑스러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보면서 어슴푸레 지는 석양을 뒤로한 채 나름의 인생 연말정산을 가져보는 사치에 행복의 깊이가 더해 가는 순간이다

이제 막 시작한 인생의 연말정산이 내년에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함을 가득 담은 채 다가올 새해를 기다리는 마음은 꿈과 희망으로 가득차 있는 행복에 빠져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