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순 문화과학부 차장

“그동안은 정부 정책과 반대로 가면 오히려 혜택을 봤는데… 이번엔 다른 것 같네요.”

지난 3일 대전 우송대 강당에서 교육부 주최로 열린 ‘대학교육 특성화사업 공청회’ 현장을 찾은 한 대학 관계자의 말이다. 이날 공청회는 내년부터 교육부가 대학 구조개혁과 특성화사업을 연계해 추진하는 대학공모사업에 대한 밑그림과 세부적인 방안까지 공개된다는 소식에 대전·충남·북지역뿐만 아니라 전북과 강원도지역 대학의 핵심 보직교수들이 대거 참석했다. 심지어 행사장 앞에서는 학교버스를 타고 온 모 대학 교수와 직원 일행이 한꺼번에 내리는 광경도 목격됐다.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던 이날 공청회에서는 대학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박백범 교육부 대학지원실장이 참석해 대학 구조조정의 시급함과 중차대함에 대한 교육 당국의 절박한 상황 인식을 그대로 전달했다. 그는 현재 초등학교 3학년이 대학에 지원하는 앞으로 10년 후를 가정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체질개선 등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2023년에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학령인구가 40만명인데 여기에 현재 대학 진학률인 70%를 적용하면 실제로는 28만명이 대학에 입학한다는 전망치를 내놓았다. 여기에 올해 대학 입학정원인 56만명에서 2023년에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수인 28만명을 빼면 절반인 28만명이 10년 안에 사라진다는 암울한 계산식도 제시했다. 특히 앞으로 사라질 28만명을 올해 대학별 평균 입학정원인 1550명으로 나누면 무려 180개 대학에서 단 한명의 신입생도 받을 수 없다는 충격적인 예측도 가능하다고 했다. 단순히 산술적인 계산이긴 하지만 현재 국내 대학이 339개임을 감안하면 이 중 절반이 학생을 모집하지 못해 학교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는 현재의 대학 진학률을 기준으로 산출한 수치로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인 대학 진학률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그 강도가 더욱 셀 것으로 전망돼 대학 내 군살을 줄이는 슬림화가 단행되지 않고서는 생존을 장담키 힘들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박 대학지원실장은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 조직과 학생 수를 줄이는 과감한 구조개혁과 함께 어느 분야에서 강점이 있는 지 그 분야에 대한 특성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현장 분위기를 숙연케 했다. 이어 내년 1월 발표를 앞둔 ‘대학공모사업 기분운영계획’에 대한 설명이 진행됐고, 참석자들은 꼼꼼하게 메모를 하며 진지하게 경청했고, 질의응답 시간에는 날카로운 질문이 쇄도하는 등 긴장도는 더해갔다. 참석자들은 공모사업 평가과정에서 자신이 속한 대학의 여건을 최대한 고려해 줄 것과 추진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각종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개혁이라는 시대적 흐름에서 더 이상 비켜갈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또 그동안 몇 차례 추진됐던 교육부의 정책적인 구조조정 드라이브에는 어떻게든지 버티며 피해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했음을 확인한 자리로도 해석됐다.

행사가 끝난 후 한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 운영 전반에 걸쳐 학생 수가 좌우하는 영향력은 지대하지만, 생존을 위해 손과 발을 잘라내고 몸무게를 대폭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힘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혹독한 구조조정 칼바람이 예고돼 개교 이래 가장 추운 겨울을 맞고 있는 대학들이 어떻게 생존 전략을 마련해 이미 현실화된 위기상황을 타개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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