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정동극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지원장

"제 등에 업혀 꽃구경가요/세상이 온통 꽃핀 봄날/어머니는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마을을 지나고 산길을 지나고/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깊어지자/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더니/꽃구경 봄구경 눈감아 버리더니/한움큼씩 한움큼씩 솔잎을 따서 뿌리고 가네/어머니 지금 뭐하신데요/솔잎은 뿌려서 뭐하신데요/아들아 아들아 내아들아/너 혼자 내려갈 일이 걱정이구나/길 잃고 헤매일까 걱정이구나”

장사익이 피를 토할 듯 부른 '꽃구경'이란 노래의 가삿말이다.

아들이 '꽃구경'을 가자고 하며 어머니를 업고 산엘 간다. 어머니는 처음에 좋아라 하고 업혀 갔지만, 점점 길어지는 발걸음에 꽃구경이 아니라 고려장 길임을 알게 된다. 그래서 아들이 혼자 돌아갈 길을 걱정하며 올라온 길에 솔잎을 뿌려 표시한다. 이 노랫가락을 들으면서 부모이거나 부모를 두고 있는 자식들 모두가 한없는 눈물을 흘렸다. 끝없는 부모의 사랑과 그 사랑에 보답하지 못해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울컥 쏟아진다.

어느 부모인들 자식에 대한 마음이 그러하지 않겠는가? 고려장 풍습은 고대 문헌 어디에서 기록되어 있지 않으며, 어른에 대한 효를 중히 여기는 문화를 자랑으로 여기는 우리사회에는 존재할 수 없는 풍습이라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무덤에 부장품을 넣는 것을 파헤쳐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해 일제가 도굴을 위해 만들어 낸 설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고려장 풍습이 실제 있었는지는 현재에 있어서 그리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현대판 고려장이 실제 존재하기 때문이다. 노인환자를 주로 치료하는 요양병원이나 치료가 어려워 요양만 하는 노인을 주로 수용하는 장기노인요양시설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들어와서 하염없이 자식을 기다리다, 결국 죽어서 장례식장에서나 만난다고 하는 입소자가 많다고 한다.

어찌보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맡겨지는 사람들 입장에서 고려장은 지난 과거의 이야깃거리가 아니라 바로 현재 우리 자신의 이야깃거리인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긍정적인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늙음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우선 늙어서도 몸과 정신을 스스로 주체할 수 있어야 하고, 어쩔 수 없더라도 최대한 늦춰야 할 것이다. 몸과 정신을 주체하는 데 균형 잡힌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이 가장 좋다고 한다.

둘째, 흉금을 터놓고 함께 지낼 수 있는 친구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어린시절, 학창시절, 회사생활, 종교생활 등 여러 인연으로 친구가 되지만, 나이 들면서는 서로 바라는 것이 없고 그냥 만나면 즐거운 친구가 있어야 한다.

셋째, 늙어서도 적절한 일거리를 가져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한 일거리가 아니라 일을 통해 머리를 쓰고, 몸을 움직이고, 일과 관련 대화를 하는 등 삶에 의미나 활력을 줄 수 있다. 치매 예방의 최선책이기도 하다.

‘고려장 대상 1호’라는 치매는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령인구 중 치매환자가 10%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이제 우리는 장사익의 '꽃구경'을 마냥 슬픈 고려장의 노래가 아니라 아름다운 꽃구경 노래로 듣고 바라볼 수 있도록 스스로 늙음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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