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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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니 가슴에 바람이 든다. 어제 맞았던 삭풍이 아니라, 헛바람이다. 그래서 가슴에 하얀 멍이 든다. 창밖에도 하얀 바람이 몸서리치고 있다. 이럴 땐 뜨거운 입김을 잔뜩 품어대던 아궁이의 사랑이 그립다. 사련(邪戀)이 툭툭 터지던 벌건 장작, 그리고 그 열기를 쥔 채 밭은기침을 내뱉던 아랫목이 애련하다. 특히 외풍 센 방에서 솜이불을 뒤집어쓰고 봄을 기다리던 ‘여자’가 생각난다. 어느 젊은 겨울날, 그녀가 찾아왔다. 우린 0.017초 만에 눈이 맞았다.(초두효과) 71억명 중 한명을 고르는데 단 1초도 걸리지 않은 것이다. 그 여자는 얼마 후 아내가 됐다. 수많은 여자 중에 '인연'을 맺고 '연인'이 된 것은 실로 기적이었다. 그리고 17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그 6205일을 살면서 이상한 일이 생겼다. '아내'라는 호칭이 '마누라'로 바뀐 것이다.

▶어느 노부부는 한 집에 살면서 7년간 한마디도 안했다. 80세 남편은 76세 아내에게 메모지를 통해 온갖 일을 시켰다. 심지어 '두부는 비싸니 찌개에 3~4점씩만 양념으로 사용하라'는 식의 조리법까지 메모로 했다. 또 다른 부부는 각자의 방에 밥솥과 냉장고를 따로 두고 '각방 살림'을 했다. '가면(假面)부부' 얘기다. 죽을 듯이 사랑할 땐 상대방의 가슴을 보며 살지만 죽일 듯이 미워질 땐 상대방의 등짝을 보며 산다. 미쳐서 사랑할 땐 '히프'라 부르고 미치도록 미워질 땐 '궁둥이'라 부른다. 또한 사랑할 땐 '사랑해(海)'라고 속삭이다가 미워할 땐 '열받아(바다)'라고 외친다.

▶결코 웃기지 않은 우스갯소리가 있다. 남자가 나이 들면서 필요한 것은 ①마누라 ②아내 ③애들 엄마 ④집사람 ⑤와이프라고 한다. 그렇다면 여자가 나이 들면서 필요한 것은 ①딸 ②돈 ③건강 ④친구 ⑤찜질방이다. 남자가 세 여자 말만 잘 들으면 평생을 편하게 지낸다는데 누구일까. 정답은 ①마누라 ②캐디 언니 ③내비(내비게이션) 언니다. ‘진담 같은 농담’도 회자된다. 집에서 한 끼도 안 먹는 남편은 영식 씨, 한 끼만 먹으면 일식 씨, 두 끼 먹으면 두식 씨, 세끼 먹으면 삼시쉐끼, 세끼 먹고 간식까지 달라는 남편은 간나쉐끼, 세끼 먹고 간식 먹고 야식까지 먹으면 종간나쉐끼, 세끼 먹고 간식 먹고 마누라는 쳐다보지도 않는 남편은 쌍노무쉐끼라고 한다.

▶우린 늙고 힘이 없어지는 포유류, 인간이다. (믿거나 말거나) 마누라는 '마주보고 누워라'의 준말이고 당신(堂身)은 '내 몸과 같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또한 여보(如寶)는 보배요, 여편네는 '옆에 있네'의 준말이라는 것이다. 마주보라. 남편은 '남의 편'이 아니다. 아내는 내 '안에' 있다. 지금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내 옆에 있는 사람이다.

나재필 편집부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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