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박진환 사회부 차장

대전시의 베끼기 행정이 시민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

타 시·도에서 시행되고 있는 좋은 정책을 벤치마킹해 행정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베끼기 행정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 실정이나 정서에 맞지 않는다면 바로 시민들의 불편이나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효율·효과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대전시가 도입한 베끼기 행정 사례를 보면 실망과 함께 정책적 실패로 귀결되는 양상이다.우선 도안신도시에서 시행되고 있는 24시간 중앙 버스전용차로제를 지적하고 싶다.

이 제도는 2004년 서울시가 첫 도입한 대중교통정책으로 그동안 도로 바깥쪽에 있던 버스승강장을 도로 중앙선에 설치, 버스 승하차의 편리성을 확보하고, 대중교통 이용률을 늘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대전시가 민선4기 서울시가 했던 일련의 정책들을 지역 실정과의 조화성을 고려하지 않고, 묻지마 도입했다는 점이다.

특히 도안신도시에서 첫 도입한 24시간 중앙 버스전용차로제는 해당 주민은 물론 이 일대를 통행하는 차량 운전자 모두에게 원성을 사고 있다. 출·퇴근길 시간대에만 일시에 차량이 몰리고 있는 반면 도안신도시의 도로 폭 자체가 협소하다는 지역적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도안에서만 24시간 버스전용차로가 운영되면서 기형적인 대중교통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도안신도시 주민들로 구성된 중앙버스전용차로폐지시민위원회는 "대전시가 대중교통중심도시를 표방하며, 도안대로와 도안동로를 중앙 버스전용차로제로 지정, 운영한 결과 이들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속출해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라며 전용차로제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전과 같이 서울의 중앙 버스전용차로제를 도입한 광주도 계속된 민원으로 결국 시행 3년 만인 지난해 일반차로로 전환하는 등 정책적 실패를 자인했다. 대전시가 서울시를 베꼈지만 실패로 귀결된 사업은 또 있다. 바로 홍명상가와 중앙데파트 철거로 알려진 목척교 르네상스 사업이다.

대전시는 민선4기인 2009년 대전천을 복개해 만든 홍명상가와 중앙데파트를 철거한 뒤 대전천을 복원했으며, 이를 통해 원도심 활성화와 생태하천 복원한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성공적으로 끝냈다는 청계천 복원 사업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사업에 대한 당위성이 결여된 채 그대로 진행됐다.

그러나 사업 이듬해인 2010년부터 악취 등 민원을 이유로 대전천에 설치한 분수는 아직도 작동하지 못하고 있고, 대전천 복원으로 원도심이 활성화됐다는 소식은 그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결국 수백억원의 혈세를 들인 사업에 대한 성과를 묻는 질문에 대전시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고, 도안신도시에서 발생하고 있는 교통사고에 대한 책임 역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21세기 행정은 열린 행정으로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의 좋은 정책이 지역에서 새롭게 구현할 수 있고, 또 대전의 좋은 정책이 반대로 이들 나라와 도시로 전파되기도 한다.

이제라도 대전시는 감사와 징계로 이어지는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닌 진정 시민들을 위해 잘못된 정책을 인정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지방자치단체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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