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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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백반을 먹으러 식당에 간다. 백반을 집에서 먹어야 하는데 집에는 가정만 있고 백반은 없다. 가정백반을 집이 아닌 식당에서 먹는 것은 지독한 이율배반이다.

하지만 어쩌랴. 온기 없는 음식은 위장에 냉기를 쏟을 뿐이다. 최소 두세 가지 푸성귀와 따뜻한 찌개라도 있어야 폼이라도 나지 않는가. ‘건강식품’을 먹으러 마트에 간다.

건강식품을 집에서 먹어야 하는데 집에는 ‘웰빙타령’만 있고 ‘웰빙’은 없다. 예를 들어 집에는 바나나만 있고 바나나우유는 없는 식이다. 집에서 바나나와 우유를 섞어 마시면 바나나우유 맛이 나지 않는다. 치명적인 언밸런스다.

▶바나나우유엔 바나나(농축과즙)가 얼마나 들어있을까. 고작 0.1%다. 손상된 간을 벌떡 일으켜 세운다는 헛개나무 음료엔 헛개 추출분말이 2460㎎밖에 들어있지 않다. 보리음료엔 보리추출농축액이 0.15%, 소고기 다시다엔 소고기 분말이 7.18%, 벌꿀음료엔 벌꿀추출액이 7% 들어있다. 헛개와 보리와 녹차 잎이 그냥 헤엄쳐갔다고 보는 게 맞다. 다 도둑놈들이다. 그런데 우린 또 마트로 간다. 바보다.

▶소비자들을 뿅 가게 하는 맛을 '지복점'(Bliss point)이라고 한다. 기업과 식품연구소들은 소금, 설탕, 지방을 정교하게 조합해 지복점을 찾아내는 일에 혈안이 돼있다. 합성착향료, 발색제, 방부제, 응고제…. 보통 한 제품엔 평균 20가지 이상의 화학첨가물이 들어가는데, 우린 매일 600종을 '배불리' 먹고 산다. 뱃구레가 울만한 복합오염이다.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 사람을 병들게 하고, 사람은 정직하지 못한 식품을 먹으며 기업을 살린다. 기업을 살리기 위해 사람이 죽어나는 꼴이니 식품테러다. 기업이 사람을 배신하고, 음식이 사람을 배신하는 세상이다.

▶식(食)이라는 한자는 人(사람인 변)에 良(양)을 붙여 결국 '사람에게 유익한 것'이라는 뜻이다. 암(癌)이라는 한자는 品(품)자와 山(산)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입구(口)가 무려 셋이나 있어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암(癌)이 걸릴 수 있다는 암시일 수도 있다.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 가장 먼저 기쁨을 주는 게 음식이다. 조선시대 임금 27명 중 3분의 1이 누군가 음식에 독을 넣거나 상극 음식을 진상함으로써 독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등창이 심했던 문종에게 종기에 금기라는 꿩고기를 자주 진상해 수명을 재촉하고, 경종에겐 상극인 게장과 생감을 올려 복통으로 숨지게 했다는 설이 그것이다. 우리가 먹는 것이 바로 우리다. 음식 가지고 장난치지 마라.

나재필 편집부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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