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김일순 문화과학부 차장

“자유학기제는 입시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재능과 꿈, 끼를 살려주는 교육 패러다임 전환의 출발점입니다.”

지난달 30일 대전 KT인재개발원 대강당. 충청·강원지역 중학교에서 모인 교장 570여 명이 강당을 가득 메운 가운데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연신 목소리 톤을 높여가며 자유학기제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서 장관은 “시험을 치러 성적 순위를 매겨 누가 더 공부를 잘하는지 여부를 중시하는 경쟁이 우선인 교육방식으로는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인성과 창의성을 갖춘 아이를 얼마나 잘 길러내는가에 따라 국가와 민족의 장래가 결정된다”고 자유학기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일선 학교에서 적극성을 갖고 협조해 줄 것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서 장관은 애초 예정된 특강 시간을 넘겨 가며 자유학기제의 장점을 설명하고 자신감있는 어조로 항구적인 교육제도로 반드시 학교 현장에 정착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강당에 모인 교장들은 교육부 주최로 서 장관이 직접 강사로 나서 전국을 순회하며 특강을 갖는 ‘중학교 자유학기제 정책순회 설명회’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이 참석은 했지만 속내는 다른 듯 했다.

박근혜정부의 핵심 교육 분야 공약인 자유학기제 시행을 위해 교육계 최고 수장이 직접 나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따르는 시늉은 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현실화될 수 있을지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역대 정권 출범 초기에 쏟아져 나온 교육정책들이 차기 정권에서 폐기된 사례가 적지 않다는 학습효과도 한몫하는 것 같았다. 어찌 보면 자유학기제 시행 여부를 놓고 일고 있는 이상과 현실 논란을 그대로 재현한 듯 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자유학기제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적지 않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이다.

토론과 실습 등 학생 참여형으로 수업이 운영되며 자신의 진로탐색을 위해 작업장을 찾아 다양한 체험활동도 벌이게 된다. 교육 당국과 전문가들은 자유학기제가 창의적인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키우고 적성과 소질에 부합하는 맞춤형 진로교육까지 이뤄져 교육적인 효과 창출이 큰 교육모델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진로진학교육 분야에서는 후진적인 한국형 교육 시스템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도 초·중·고교 시절 제대로 된 진로진학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파악하지도 못하고, 오로지 점수에 맞춰 대학에 진학하는 후진적인 방식에서 이제는 탈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부모의 의견이나 사회적 평판 등에 따라 자신의 진로를 결정했다가 후회하는 사례가 적지 않고 적성을 살리지 못해 사장되는 개인의 능력 등을 감안하면 결국에는 국가 경쟁력 낭비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여건을 탓하거나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부정적인 면보다는 아이들의 장래를 먼저 생각하는 교육적인 면을 우선 고려하고, 시행 과정에 드러난 문제점은 보완해가는 적극적인 참여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또 교육당국도 자유학기제 시행에 앞서 학생들의 직업체험 활동이 안착될 수 있도록 참여업체에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등 본격 시행에 앞서 현실적인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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