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한용석 농협중앙회 대전지역본부장

지난 11월 11일은 18번째 ‘농업인의 날’이었다.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는 정홍원 국무총리가 참석해 기념식을 열었고 각 지역마다 여러 형태로 기념행사가 열렸다. 올해는 ‘농업은 생명의 숨결, 농촌은 미래의 물결’이라는 슬로건을 내 걸고 농업과 농촌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서대문에서 시청광장까지 행진을 하고 시청광장에서는 풍년제와 여러 가지 농산물 시식을 하는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농업은 생명의 물결, 농촌은 미래의 물결’이라는 슬로건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지만 농업·농촌의 현실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해 있다. 농업인구는 전 국민의 5.8%수준으로 줄었고 농촌노인인구 비율은 35.6%까지 올라가 이미 초고령사회가 됐다. 국민 총생산액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수준이며 식량자급률은 45.3% 수준으로 하락했고 쌀 자급률도 86.1%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각계각층의 관심이 적어졌고 가끔씩 배추 값이 폭등 혹은 폭락했다는 서민물가와 관계있는 부분만 관심을 보이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농업·농촌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 국민이 농업·농촌의 가치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농촌을 지키면서 농업을 영위하는 농업인을 보호해주고 농업인들이 잘 살아가도록 도와줘야 한다.

농업은 우리들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해주는 생명산업이며, 농촌은 우리 모두의 마음의 고향인 동시에 전통문화의 뿌리이며, 도시민들의 휴게공간이다. 더구나, 오늘에 와서는 마음의 여유를 찾는 정신적 치유공간이기도 하다.

농업이 아직 규모화 집산지화 되지 못해 도시소비자들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한 자리를 수입농산물이 일부 차지하고 있기도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볼 때는 식량이 크게 부족해 아직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인구가 8명 중 1명 수준에 달하고 있다.

더구나 기후변화와 육류선호 식생활등으로 식량문제는 에너지, 물과 함께 인류가 안고 있는 3대과제중의 하나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후손들에게 큰 짐이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농업은 생산적 산업이다. 흙으로부터 자원을 순환시켜 우리가 필요한 먹을거리를 만들어낸다. 또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 준다. 하지만 고소득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기에 인생 제2기를 살아가는데 적합한 직업이 아닌가 생각한다.

베이붐 세대들이 인생 제2기를 귀농·귀촌해 생산적으로 살아간다면 좋은 직업을 얻어 정년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정책적으로 귀농·귀촌이 쉽도록 농장 마련과 주거안정을 도와줘야 한다고 본다.

어떤 산업을 일으켜 일자리를 늘리고 전 국민들이 보람 있게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후손들이 먹을거리 걱정없이 여유롭게 살아가도록 도와줄 것인가? 후손들에게 먹을거리에 대한 걱정을 안겨줄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우리는 지금 깊이 생각해야 한다. 지금 이 어려운 시대에 생을 마감할 때까지 생산적인 삶으로 모범을 보이는 농업인들이 존경받는 문화를 가꾸어가는 것이 농촌을 미래의 물결로 만드는 지름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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