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휴가철과 주5일제 근무 시행으로 고속도로와 피서지 등이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종래 소비일변도의 여름철 휴가 행태에 대한 자성의 분위기가 제기되고 있음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7월 말, 8월 초에 몰리는 시기적 집중성에다 교통체증, 바가지 상혼, 환경오염으로 인한 불쾌감 등이 겹치는 종전 관행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대안 모색은 꼭 필요하다. 단조로운 일상의 반복과 도시생활의 억압에서 벗어나 재충전과 가족, 친지간의 유대 강화를 위한 휴가 나들이는 원천적으로 바람직하다. 잠시 현실로부터의 탈출과 휴식은 이제 삶의 질 향상에 필수적인 요소다.

경제불황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해외여행 증가 폭은 매년 기록을 경신한다. 국내여행보다 싼 가격을 내거는 일부 패키지 해외여행업체의 상술은 국내 여행지로 향하는 발길을 외국으로 돌리게 한다. 한철 장사로 일년을 버티겠다는 휴가지 상인들의 부도덕한 상술, 여름철만 되면 돌연 실종되는 시민정신, 질서의식 역시 휴가문화 정착의 걸림돌이다.

높아진 삶의 수준에 걸맞게 성숙한 휴가를 즐기기 위해선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우선 불과 보름 남짓한 기간에 몰려 있는 휴가를 연중 분산시키고 일찌감치 휴가계획을 세우고 예약하는 등의 선진의식이 절실하다. 예약문화를 휴가에서부터 뿌리내리도록 하자. 외국처럼 교통편, 숙소를 몇 개월이나 일 년 전에 할인된 가격으로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관건이다. 가족끼리의 문화체험, 문화행사 관람도 새로운 휴가 향유를 위한 대안으로 꼽을 만하다. 이곳저곳 찾아다니는 주유형 휴가에서 정착-휴양형 바캉스로의 전환 역시 바람직하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어디론가 떠나고 우여곡절의 고생과 불쾌한 기억을 안고 돌아온 결과 활력 재충전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피로가 쌓이는 후유증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할 것인가. 그건 우리가 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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