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참사를 그렇게 겪고서도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곳이 바로 청소년 수련시설이다. 최근 소방방재청이 각 시·도 소방본부와 함께 전국 629개 청소년 수련시설을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19.2%인 121개소가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진입로가 비좁아 화재 발생시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한 곳이 있는가 하면, 지난 99년 '화성 씨랜드' 사고와 유사하게 가건물을 용도 변경해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곳도 있다니 딱한 일이다. 이렇듯 청소년 수련시설이 무더기로 안전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참사 때마다 호들갑을 떨던 당국의 결의가 모두 허사였음을 말해 주는 증거다.

유치원생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씨랜드 참사는 어른들의 방심이 저지른 인재(人災)였다. 숙소건물 자체가 철근콘크리트 슬래브 건물 위에 컨테이너 52개를 2개 층으로 쌓아 만든 가건물로 애당초 화재 무방비 상태였다. 지난해 25명의 어린이를 숨지게 한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 화재 참사도 '씨랜드 참사'를 판에 박은 듯 소방시설은 물론 소방의 개념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99년 50명이 넘는 고교생이 떼죽음당한 인천 인현상가 화재나 2001년 경기도 광주시 대입학원 화재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똑같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는 데 주목해야 한다. 이는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치유 불능 상태임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수많은 청소년을 수용하기 위한 수련시설은 자칫 사고가 났다 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관계자의 안전의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형 화재와 같은 참사는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과 관리체계의 허점을 뚫고 순식간에 발생하는 속성을 지닌다. 우리가 경험한 참사에는 반드시 그럴 수밖에 없는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청소년 수련시설의 안전불감증을 탓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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