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 골목에 이전 복원… 국가등록문화재 ‘격’ 맞춰야

대전시 중구 대흥동 37-5번지 일명 '뾰족집'. '뾰족집' 이전 복원사업이 부지가 협소하고 여관골목에 위치해 등록문화재로서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파트 재개발로 철거 위험에 처했다가 각계의 요구로 이전 복원이 추진되고 있는 '뾰족집'이 최근 모습을 드러냈다. 복원 중인 '뾰족집'은 대흥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3억원을 들여 지난해 5월 착공해 현재 외관 공사가 거의 마무리된 상태다.

2008년 국가 등록문화재 제377호로 지정된 '뾰족집'은 일본식과 서양식 건축 양식이 혼재돼 당시의 시대상을 잘 보여줄 뿐만아니라 한국 주거문화의 변천 과정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는 건축·역사적 사료로써 가치를 인정 받았다. 하지만 주택재개발로 2010년 9월 무단 철거가 이뤄져 근대문화유산을 아끼는 많은 연구자들과 시민단체가 철거를 중단하고 보존계획을 수립해 현재 복원공사가 한창이다.

현재 복원 중인 '뾰족집'은 새로 조성한 골조에 박공(마룻머리나 합각머리에 '∧'자 꼴로 붙인 두꺼운 널) 형태와 원추형으로 높이 솟아 있는 지붕과 창틀 목조 부재(副材·주재(主材) 이외의 덧붙여 쓰는 재료)를 그대로 마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복원 장소가 여관 골목인데다 눈에 잘 띄지 않고 부지가 원대지에 비해 좁아 원래의 '뾰족집'에서 느낄 수 있었던 여유로움은 찾아볼 수 없고, 건축물도 당초 남향에서 향(向)이 다소 틀어진 상태.

대흥동에 소재한 A공인중개사는 "오래 전부터 '뾰족집' 인근에서 거주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뾰족집에 대한 추억이 많다"며 "뾰족집을 이전 복원하려면 시민들의 접근성이 뛰어난 곳에 당초 허가했어야 한다. 여관골목에 덩그러니 있다는 것은 다양한 시각에서 이해하려 해도 등록문화재로서의 품격과는 동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왕기 목원대 건축학부 교수는 “기존의 ‘뾰족집’만이 갖고 있는 건축학적인 매력은 덜하지만, 앞으로 지자체의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활용방안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근시안적인 관점에서 접근했을 때 ‘뾰족집’의 경우 근대유산을 해체한 후 이전 복원한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돼 교육적인 자료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뾰족집'은 내·외부 마감 공사를 끝내고 준공하게 되면, 대전시와 문화재청에 신고한 뒤 관할 구청인 중구가 관리하게 된다.

이와 관련, 중구 관계자는 "등록문화재 ‘뾰족집’ 이전 복원과 관련, 당시 연고를 감안해 대흥동을 벗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문화재 전문위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현 위치에 자리잡게 됐다”며 “원추형으로 높이 솟아 있는 지붕과 창틀 등 쓸 수 있는 부재는 최대한 활용해 복원됐다"고 설명했다.

최정우 기자 wooloo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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