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제2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의문사위의 독립적 권한을 존중하겠다", "부정적인 평가 말씀을 드릴 생각이 없다"고 언급했다. 대통령 직속기구이지만 위원회의 독자적 활동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지적에 원칙적으로 동감한다. 그러나 활동 결과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아낀 채,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의문사위를 공격한 일면도 있다는 인식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노 대통령의 표현대로라면 의문사위가 엉뚱한 '희생양'으로 내비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간첩 출신과 빨치산 출신을 민주 인사로 규정한 의문사의 파격적인 모습이 국민 감정에도 배치되고, 아무리 사상과 양심의 자유 범주 속에서 다뤄진다 해도 의문사위의 이런 결정을 선뜻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 연유에서 노 대통령은 의문사위의 활동을 정치적 대결국면으로 의식하기 이전에, 이 문제에 대해서 국민을 상대로 소견을 밝혀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보고만 받고 이에 대한 소견을 아끼는 것과 의문사위의 독립적 권한 보장은 별개의 문제다.

의문사위만 정체성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논란의 불씨를 제공한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는 노 대통령의 '입김'이 의문사위에 작용했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문제로 인하여 정치권에서 정체성 논란까지 치닫고 있는 것을 자제해 주길 당부했다. 의문사위의 결정이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역사의 진실 규명에 합당한 것인지, 무엇보다도 법리적 해석 이전에 국민 정서를 얼마나 고려했는지 등을 지적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의문사위의 월권 행위 소지와 인권과 역사 인식의 간극이 드러난 것이다.

원칙론적으로 노 대통령의 의문사위 힘 실어 주기가 작금의 정체성 논란을 부채질할 것 같아서 걱정된다. 지금으로선 제3기 의문사위 구성조차 확신하기 어렵지만, 어떤 이유로든 의문사위의 활동과 존립 여부가 정치적으로 악용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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