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사회부장

충남교육이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

지난해 각서 파문으로 촉발된 충남교육의 시련기가 마침내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현안이 산적해 있는 등 아직도 바람 앞의 등불의 처지이기는 마찬가지지만 힘찬 첫 걸음을 내디뎠다.

신임 오제직 교육감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지역민과 교육 가족, 학부모들에게 많은 약속을 했다.

교육장 추천제, 학교급식 완전 무료화, 학부모회 및 학생회의 법제화 등 개혁적인 내용과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한 사안들이 많다.

그러나 이 같은 공약들이 인기 관리를 위해 무리하게 추진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교육계 안팎의 지적이다.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만들어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공약에 발목이 잡혀 인기 행정이나 선심 행정으로 치닫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약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수정할 것은 수정하고 보완할 것은 보완해 일선 교육현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그리고 학부모와 학생 등 교육 공동체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정책으로 다듬어야 할 것이다.

과거 일부 수장은 업무 보고를 받거나 연구 발표회, 보고 대회 등을 개최하면서 학교운영위원, 학부모, 교사, 학생 등을 1000여명씩 동원하는 등 정치 행사를 방불케 할 정도로 요란하게 치렀다.

교육을 걱정하는 인사들은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전시 행정의 표본이며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끊임없이 제기해 왔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교육 공동체들은 전시 행정보다는 내실을 기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오 교육감이 후보자 시절에 천명한 단임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선출직은 차기를 염두에 두기 때문에 교육 공동체의 심기를 불편케 하는 쓴소리를 못하고 입맛에 맞는, 그리고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언행으로 일관해 왔다.그러나 단임 정신을 살린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사사로운 감정을 배제하고 오직 충남교육의 발전만을 위해 교육감의 교육철학을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교육 공동체들에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해 발목을 잡힌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교육 공동체들이 각자 자신들의 몫 챙기기에 혈안이 된다면 충남교육은 또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육 공동체들도 자신들의 이익을 떠나 대승적인 차원에서 교육감을 견제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겪었던 충남교육의 시련을 다시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또 오 교육감은 경쟁 후보의 공약 중 충남교육을 반석 위에 올려놓는데 보탬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수용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선거과정에서 상대편에 섰거나 다소 불편한 관계가 있었다 하더라도 승자의 아량으로 포용하고 화합해 충남교육을 도약시키는 밑거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다시 논공행상이 횡행하고 불협화음이 생기기 시작하면 충남교육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울분과 비탄에 싸인 충남교육을 되살리고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다던 교육감의 취임 일성이 현실로 성큼 다가서길 교육 가족들은 갈망하고 있다.

충남교육이 '미래를 향한 힘찬 도약, 사랑받는 충남교육'으로 새롭게 태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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