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것은 정보화 촉진기금을 부실·방만하게 운용하여 아까운 기금을 낭비하거나 주식 부당 취득을 위한 뒷거래 수단으로 이용해 왔다는 점이다. 어떻게 기금을 마치 자기 주머닛돈 주무르듯 사용할 수 있었는지. 결국 상대적으로 연구개발비 지원이 절박한 유망한 기업들만 피해를 입은 꼴이다. 지난 96년 1월에 설치된 정보화 촉진기금의 규모는 2003년 말 현재 10조 2873억원으로 이 중 이미 7조 4363억원을 집행한 상태다. 이미 집행된 기금 중 상당 부분이 이처럼 허술하게 관리돼 왔다니 우리나라의 정보화 수준을 무색케 한다.
정보화 근로사업 등 정보화촉진사업을 지원키 위해 마련된 기금을 주인 없는 돈쯤으로 소홀히 다루었다는 것은 분명 문제다. 그간 관리·감독기관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뒤늦게 기금운용 개선책 운운해 봐야 무슨 소용 있나. 정보화 촉진기금 운용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를 통해 비리를 뿌리째 뽑아내야 함은 물론이다.
모든 기금은 특성상 자의적인 집행의 여지가 넓은 만큼 기금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번처럼 비리의 사슬로 얽히게 마련이다. 이번 기회에 모든 기금의 배분 및 집행 과정이 전반적으로 건실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전·사후 평가 시스템 등 엄정한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관련 종사자들의 도덕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확고한 직업윤리관이 정립돼야 투명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