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김대환 경제부 차장

모든 발명은 불편함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먼 거리를 걸으며 불편함을 느꼈던 인류는 말을 길들여 타기 시작했고 곧이어 마차를 발명했다.

그리고 그리 오래지 않은 시간이 지나 증기기관이라는 획기적인 발명품이 탄생했고 그로 인해 자동차와 기차가 등장했다. 인류는 아주 먼거리를 큰 힘을 들이지 않고서도 이동할 수 있게 됐지만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 편한 것을 추구하며 끊임없이 이동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자동차와 기차 등 이동수단 뿐만 아니라 인류는 생활 속에서 느낀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각종 발명품을 만들어냈고 전기를 생산하는 능력을 획득한 이후부터는 그 발전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

간편하게 불을 밝힐 수 있는 전구와 힘들이지 않고 빨래를 할 수 있는 세탁기가 등장했고 냉장고와 진공청소기, 에어컨, 텔레비전, 전화기, 헤어드라이어, 다리미 등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은 가전제품을 쏟아냈다.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공장과 설비들 역시 인간의 노동력을 최소화하고 대신 전기의 힘을 빌린 자동화 설비로 모두 바뀌고 있다. 이러한 발명품들은 불과 100여년전 인류의 삶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을 실감케 할 정도로 우리의 삶을 바꿔놓았다.

그런데 인류가 편리함을 추구하며 만들어낸 각종 문명의 이기들 대부분은 그 동력으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오늘날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일상에서 사용하는 형광등과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텔레비전 등은 전기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작은 화력발전소에서 시작한 전기생산은 각종 가전제품의 등장으로 늘어나는 전기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설비와 발전용량을 늘려야 했고 효율이 높은 원자력발전소를 전국 곳곳에 들어서게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공급능력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매년 여름과 겨울 마다 전력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안타깝게도 당장 전력공급 능력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블랙아웃’이라는 일촉즉발의 전력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 전기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전기사용량을 줄이게 되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걸어올라야 하고 사무실 전등 사용을 줄이면 어두침침한 환경에서 업무를 처리야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또 난방기 가동시간을 줄이면 추위와 싸우거나 활동이 불편해지는 내복을 입어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100여년 전 아니, 불과 십수년 전 인류의 삶과 비교하면 이러한 불편은 그다지 큰 불편이라고 할 수 없다.

문명의 편리함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탓에 느껴야 하는 작은 불편에 불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번 여름과 겨울 반복되는 에너지절약에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더 큰 불편함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작은 불편을 감내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올 겨울 전력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모두 조금 불편하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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