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김일순 문화과학부 차장

내달 7일 대입 수능을 치르는 고교 3학년 수험생을 둔 가정은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다.

수험생은 수험생대로,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불안감과 중압감 속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수능일이 다가올수록 부담감도 묵직해지는 수험생은 애써 태연한 척하지만 자신의 미래 모습을 좌우할 최종 결전일이 목전에 다다라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는 두려운 심사를 떨쳐내기가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일 년 내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더라도 수능일 단 하루 건강 관리에 실패해 평소 공부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답안지를 작성하다 실수를 하는 부정적인 시나리오도 자꾸 떠오른다.

지독하게 길고 더웠던 지난 여름을 견디느라 체력도 이미 바닥 나 정신력으로 버티고는 있지만 수능 시험일을 코앞에 두고 감기나 배탈 등 몸에 이상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적지 않다.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도 별반 다르지 않다. 초등학교부터 고교까지 12년간 뒷바라지한 결과가 수능 성적에 따라 판가름나는 만큼 여간 긴장되는 것이 아니다. 수능 당일 돌발상황이 발생하거나 실수를 저질러 시험을 그르치는 것은 아닌지 괜한 두려움도 수시로 엄습한다.

즐겨보는 TV 드라마도 끊고, 여름휴가는 꿈도 못 꿨고, 단풍놀이도 남의 일로 여기며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수험생 사이클에 맞춰 고생한 고된 노력의 결과가 단 한 번의 시험을 통해 평가받기 때문이다. 이른바 ‘단판 승부’의 폐해다.

어찌 보면 이처럼 잔인하거나 잔혹할 수 없다. 대학 진학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험을 단 한 차례 실시한다는 점에서 수험생에게 온몸을 짓누르는 중압감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들도 이미 거친 관문이라는 점을 들어 성인이 되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압박감과 무게감이 너무나도 벅차다.

수능시험에 대한 교육적인 효과와 평가적인 잣대에 대한 효용성 논란은 교육학자들 사이에 오래전부터 논란이 돼 왔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은 확보할 수 있지만 단 한 차례 치르는 시험을 통해 그 학생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는냐는 비판 때문이다.

교육 분야에서 제도적인 정착을 이룬 유럽의 국가들은 수년간에 걸쳐 장기적으로 다양한 방면에 걸쳐 학생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자료가 축적된 내신에 무게감을 두는 입시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독일과 덴마크 등도 우리의 수능과 비슷하게 대학 진학을 앞둔 학생들이 모두 참여하는 시험을 일 년에 한 차례 치른다.

하지만 실제로 학생들의 대학 진학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우리의 학생생활기록부와 유사한 내신 성적과 그 학생을 오랫동안 지켜 본 담인 선생님의 판단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한다.

단 한 번 실시하는 시험을 통해서는 학생에 대한 단편적인 면을 볼 수 밖에 없고, 시험 당일 컨디션 여부에 따라 점수의 높고 낮음이 달라질 수 있어 참고자료로 활용할 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학교 운영 시스템과 사회적 환경 등 객관적인 여건과 상황이 다른 점은 감안해야 하지만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란 생각이다.

매년 수능 당일 막중한 부담감 속에서 시험장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수험생의 정신적인 중압감을 줄이고 보다 객관적인 평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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