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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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냉면 http://faction.co.kr

대전(大田)광역시.

일본의 지인들이 내가 사는 도시의 이름을 들으면 하나같이 고개를 갸웃하며 일본식 지명같다는 반응을 보인다.

사실 대전이라는 이름은 대전천에서 유래한 것이긴 하지만, 이 도시를 만들고 이름 붙인 것은 모두가 아는 것 처럼 일본이 맞다.

일제강점기 경부선과 호남선이 건설되며 대전역이 만들어졌고, 역을 중심으로 일본인들이 모여 살며 우체국과 학교 등 기반시설들이 들어서고 인구가 늘어나면서 점점 도시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상이 좋든 싫든 부정할 수 없는 대전의 기원이다. 대전의 역사라고 한다면 응당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대전의 전통과 아이덴티티를 거론하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이 명백한 사실이 무시된다.

시민이든 시든 항상 대전만이 가진 고유한 전통과 아이덴티티가 없음에 고심하면서도 이것만은 인정하기가 싫은 것이다. 이런 비틀어진 시각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몇해 전 벌어진 뾰족집 철거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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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뾰족집, 즉 일제강점기 철도국장의 관사를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한다며 헐어버린 것이다. 이 뾰족집은 그냥 보기에도 예쁘지만 일본과 서양 건축양식이 혼재된 당대 양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고, 맞배지붕과 원추형의 지붕이 혼합되는 등 그 구조가 특이해 보존될 가치가 충분한 근대 문화재였다.

무엇보다 그 자체가 철도에 의해 태어난 대전시의 산 역사였다. 시는 이 뾰족집이 거진 다 헐리고 뼈대만 앙상하게 남았을 때에서야 겨우 인식하고 철거를 멈추었다. 당시 그 앞에서 한참을 우두커니 서있었던 기억이 다시금 떠오른다. 역사는 싫다고 없애거나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는 그대로 바라볼수록 빛을 발한다.

또한 일제강점기 이전 공주, 회덕, 진잠 등으로 나뉘어 불렸던 이 땅에 그 어떤 역사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대전 지역의 역사일 뿐, 대전시의 역사가 될수는 없다. 이것을 담담히 받아들일 때 대전시는 비로소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10월 19일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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